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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숨통’ 조선소 외국인근로자, 언어장벽에 ‘먹통’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5 18:37

수정 2024.02.15 19:39

소통 안되니 작업 숙련도 떨어져
용접작업 8개국어 그림설명 등장
작업현장별 별도 통역 고용하기도
국내 한 조선소에서 용접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한 조선소에서 용접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일손부족에 시달려온 국내 대형 조선3사가 최근 외국인 인력 확보로 숨통을 돌렸지만 언어 장벽, 작업 미숙련도에서 오는 품질관리는 '넘어야 할 산'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조선사들은 작업 현장별로 별도의 통역 인력을 고용하고, 외국인 근로자 맞춤 식사를 제공하는 등 '다국적 생산 연합군'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15일 '용접 기초품질 준수 10대 항목'을 픽토그램으로 만들어 거제 사업장 곳곳에 게시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외국인 동료들이 그림만 봐도 한눈에 쏙 알아볼 수 있도록 제작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픽토그램은 영어, 네팔, 미얀마 등 8개국어로 제작됐다. 한화오션이 픽토그램 제작에 나선 것은 선박의 품질과 직결된 용접 결함을 막기 위해서다. 기초적인 용접 교육 후 곧바로 건조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일을 가르치면서 작업을 전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조선사들의 얘기다.

작업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외국인들의 국적이 다양하다보니 외국인 노동자들간에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그림설명까지 등장한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소통 문제는 조선 3사 모두 안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내국인 근로자들이 계속 따라다니다시피 하면서 작업을 챙겨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한화오션에는 약 3000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배치돼 있다. HD현대중공업 3500명, 현대삼호중공업 3000명, 현대미포조선 2200명, 삼성중공업 24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략 1만5000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선박 건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약 5000명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주로 용접공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품질관리는 물론이고, 중대재해 예방 차원에서도 소통문제는 시급한 숙제다. 외국인 인력이 일손 부족에 허덕이던 조선사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향후에도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확대될 수 밖에 없어 이들의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보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선 3사들은 외국인지원센터 운영, 통역 전담 용역 업체와 계약, 외국인 코디네이터(도우미) 배치,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지역 주민과 외국인이 참여한 '세계문화축제'를 개최했고, 조선업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울산 생활 적응기를 담은 뮤지컬 '조선의 뚜야'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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