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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쿠바 전격 수교, 경협과 공급망 확대 절호 기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5 19:12

수정 2024.02.15 21:17

193번째 수교국, 북한 고립 심화
제조업 진출과 광업 협력 확대를
한국과 쿠바가 14일 외교관계 수립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6월 5일(현지시간)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과 쿠바가 14일 외교관계 수립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6월 5일(현지시간)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나라가 미수교국인 공산주의 국가 쿠바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전격적으로 수립했다. 한국과 쿠바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로써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으며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았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한국과의 교류가 단절됐다. 이후 쿠바는 북한과 '형제국'으로 불릴 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쿠바 수교로 그동안 방해작업을 해온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수세와 고립 상태로 몰릴 수밖에 없게 됐다.

쿠바는 인구 1119만여명, 국토 면적은 남한과 비슷한 10만9884㎢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다. 2016년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망한 뒤 지속적으로 개방정책을 펴 왔다. 헌법 개정으로 사회주의식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사유재산을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개인 간 재화 거래 권리를 보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방 속도는 더디고, 최근에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난과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가 북한과의 관계를 무릅쓰고 우리와 손을 맞잡은 이유는 이런 경제적 상황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쿠바 수교로 우리 외교지평이 넓어지는 것과 더불어 우리의 도움을 희망하는 쿠바와의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쿠바가 사회주의 체제이기는 하지만 우리와 정서적·문화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1921년 멕시코 한인 중 288명이 쿠바로 재이민을 갔고, 그 후손 1100여명이 생존해 있다. 1996년 제작된 영화 '애니깽'으로 알려진 멕시코 이민 1세대의 일부가 쿠바로 건너가 한민족의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쿠바에서는 10여년 전부터 K드라마 열풍이 불었고, 최근 들어 문화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어 배우기 바람이 불고 있고, 양국을 오가며 영화제도 열렸다. 한 해에 약 1만4000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한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문화·관광 교류를 넘어 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2002년 무역투자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아바나에 무역관을 개설한 뒤 양국의 교역 규모는 아직은 미미하지만 2022년 기준 수출 1400만달러, 수입 700만달러로 커졌다. 쿠바가 본격적으로 개방경제 정책을 펼치기 전에 우리가 파트너 역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건비가 싼 쿠바에 제조업체를 세워 미국과 중남미로 제품을 수출할 수도 있다.

이미 진출한 기업의 성과도 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이동식 발전설비를 수출했다. 이 발전소 설비는 쿠바의 10페소짜리 지폐에 도안이 됐다. 2006년 카스트로는 공사 현장을 방문해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쿠바는 2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니켈 생산 세계 6위, 매장량 2위 국가이며 코발트도 매장량 세계 3위인 나라다. 우리의 공급망 확대 전략에도 긴요한 국가인 것이다.

쿠바와 북한의 밀접한 관계 또한 우리에게는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쿠바를 우리의 대북정책에도 활용할 여지가 없지 않다. 국제사회의 외톨이 신세가 될 북한은 언제까지나 핵을 앞세워 우리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
쿠바 수교는 그런 점에서 안보 차원의 의미도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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