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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희의 스토리 수첩] 한복은 우리 아이덴티티, 정체성이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5 19:15

수정 2024.02.15 19:15

한복은 우리의 문화 대변
하지만 일상서 멀어지며
외국인 체험하는 옷으로
이가희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이가희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한복은 한국의 고유한 전통의상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 유튜버인 'shiyin(쓰잉)'의 발언을 보면, 한복을 중국 옷이라 우기고 있다. "한복은 한푸 영향 받아…부끄러운 일 아니냐." 얼마나 오만하면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영상은 아직도 그대로 존재하며, 꽤 많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어 심각하다. 저렇게 말하는 그의 사고방식도 문제이지만 유튜버로서 관심을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이슈가 되는 것을 찾아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로서 군침이 돌았을 것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으로, 문화를 왜곡하고 중요성을 경시하는 행위다.


한복이 한푸의 영향을 받아 부끄러운 일이라면 파오차이가 김치의 영향을 받았고, 그들은 이를 부끄러운 일이라고 고백해야 한다. 문화는 국가 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영향을 주었다고 자기 것으로 인식하는 중국 유튜버의 정신상태가 심히 걱정스럽다. 한동안 동북공정으로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마저 자신들 것이라고 우기니 그들의 버릇없는 행위를 마냥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한류를 타고 K팝, K드라마, K푸드 등 한류 문화가 확장되니 자신들의 문화를 육성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이 부러웠는지 뺏으려 드니 날강도가 따로 없다. 그대로 방치한다면 또 한복 왜곡뿐 아니라 김치, 한옥 등 그들의 왜곡은 거듭될 것이다.

우리 고유의 명절 설이 지났다. 음력 설날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세배를 드리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우리 국민 몇 %가 한복을 입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했을까. 필자부터 실천하지 못했다. 어느 사이 우리의 한복은 일상생활에서 점점 멀어지고 겨우 명절이나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 간혹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주 한옥마을이나 인사동 한옥마을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체험하는 옷으로 변해버렸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한옥마을에서 빌려주는 한복마저 국적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중국풍의 옷이 한복으로 둔갑해서 대여되고 있다. 이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 문화는 민족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가치이다. 중국 유튜버의 발언은 괘씸하지만, 우리에게 문화의 중요성과 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문화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렇게 해줄 것인가.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이런 시도는 자주 일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국민의 관심이 중요하고, 국가도 잘 관리할 책임이 있다.

한복은 우아한 디자인과 풍성한 자수, 화려한 색상이 돋보인다. 한복의 정신은 우리 문화와 가치를 대변한다. 한복은 우리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한 연결고리다. 이러한 한복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복을 착용하는 문화와 의식을 활성화해야 한다. 한복을 일상적 의상으로 자주 착용하고, 관련 행사와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한복과 관련된 문화를 홍보하고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복의 의미와 가치를 교육과정에 통합시켜 청소년에게 한복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고 보니 한복을 교복으로 입었던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생각난다. 미국 아이비리그 투어를 갔을 때 한복을 입고 캠퍼스를 걸어 다니니 미국인들은 한복을 주목하였고, 영어를 잘해서 놀랐다고 했다. 또 캠퍼스에는 "한복이 교복인 한국의 영재들이 수학여행을 왔다"고 소문이 났다. 실제 민사고 학생들은 한복이 교복인 것을 자랑스러워했고, 아이비리그에 많이 진학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복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입고 사랑해야 한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뺏기고 만다.
이제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한복을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문화와 의식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국가와 국민이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한다. 전 국민이 한 달에 한 번씩 '한복 입는 날'을 정하자고 하면 필자의 생각이 무리일까?

이가희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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