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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 액자 안으로 성산일출봉·유채꽃이 들어오다 [Weekend 레저]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6 04:00

수정 2024.02.23 09:07

섭지코지 바다 풍경에 반한 안도 타다오 제주의 물·빛·바람·소리 품은 공간 설계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글라스하우스 예술작품 감상하며 시작되는 봄 만끽
벽천폭포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유채꽃과 성산일출봉.
벽천폭포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유채꽃과 성산일출봉.

【제주=장인서 기자】 입춘이 지나면서 언제 겨울이었나 싶게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꽃들이 곳곳에 많지만 제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일찌감치 꽃을 피우며 봄맞이에 나서는 부지런함 때문일 것이다. 제주에서도 평균 기온이 더 높은 동쪽 끝자락에는 천혜의 경관이라 불리는 섭지코지를 따라 리조트 시설들이 대규모로 조성돼 있다. 그중 휘닉스 아일랜드가 운영하는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은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물로 명성이 높다. 제주의 햇살과 바다, 바람을 모티브로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제주를 감상하게 돕는다. 건축과 자연, 휴식이 어우러진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봄의 미학을 발견해보자.

땅 속으로 폭 들어가 있는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너머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땅 속으로 폭 들어가 있는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너머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제주의 바람을 모티브로 설계한 '바람의 정원'.
제주의 바람을 모티브로 설계한 '바람의 정원'.

■'제주를 품은'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의 시설 가운데 가장 먼저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을 찾은 데에는 건축가의 명성이 한몫했을 것이다. 안도 타다오는 섭지코지를 두고 "아주 매력적인 땅"이라고 극찬했으며, 그가 설계한 뮤지엄과 글라스하우스에 제주에서 느낀 핵심 요소를 담아냈다. 뮤지엄은 리조트 객실 동에서 전동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리조트에서 뮤지엄까지는 자연 지형을 따라 완만한 경사로 오르락내리락 또는 구불거리는 길이 이어져 산책 삼아 걷는 재미가 있다.

뮤지엄의 외관은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벙커 같은 느낌을 준다. 내부로 진입할수록 공간이 열리고 확장되며 다채로워진다는 점에서 안도 특유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다. 지상의 아담한 연못은 한라산의 백록담을, 미술관으로 향하는 지그재그 모양의 길은 제주의 중산간을, 벽천폭포는 제주 해안을 각각 상징한다. 벽천폭포로 가는 길에 '삼다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돌·여인·바람을 주제로 각각 삼각, 사각, 원형의 구도 안에 현무암, 꽃, 억새로 꾸몄다. 특히 사각 콘크리트 벽 내부로 걸어 지나가는 '바람의 정원'에서는 주변 시야가 제한돼 억새가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를 생생하면서도 느릿하게 체감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물, 성산일출봉이 뷰파인더에 담기는 벽천폭포.
푸른 바다와 물, 성산일출봉이 뷰파인더에 담기는 벽천폭포.

이어 진입한 벽천폭포 전방으로는 푸른 하늘이 펼쳐지며 이색적인 대비감을 보여준다. 좌우 벽 구조물 위로 물이 흘러내리는 폭포를 지나 출구 앞에 다다르면 가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의 슬릿창(뷰파인더)이 나타난다. 현무암으로 만든 자연 액자인 셈인데,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성산일출봉의 자태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사계절을 모두 지켜본 이지연 학예사는 "뷰파인더에서 바라보는 봄의 풍경은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져 향긋한 봄 내음이 가득하다"며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돌담을 낀 좁은 폭의 하늘길을 지나면 유민 홍진기 선생(1917~1986)의 아르누보 컬렉션이 전시된 지하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 모더니즘 건축물과 어우러진 프랑스 낭시파의 1890~1910년대 유리공예 작품들을 감상하는 동안 현대와 과거를 아우르는 일상예술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뮤지엄 내 명작의 방에서 에밀 갈레가 1902년 제작한 '버섯램프'를 만나볼 수 있다.
뮤지엄 내 명작의 방에서 에밀 갈레가 1902년 제작한 '버섯램프'를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 아르누보 유리공예 작품들.
프랑스 아르누보 유리공예 작품들.

■가족 휴양형 리조트 '휘닉스 아일랜드'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휘닉스 아일랜드는 지난 2008년 6월 개장한 이래 가족 또는 비즈니스 고객들이 선호하는 휴양 리조트로서 인지도를 쌓아왔다. 섭지코지를 자연정원으로 품고 있는 만큼 리조트 주변 곳곳을 자유여행으로 누빌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강점이다. 리조트 객실은 콘도형 3개동(오렌지·블루·레드) 300실과 오션뷰 회원제 별장인 힐리우스 50세대로 나뉜다. 여기에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뮤지엄과 '글라스하우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회원 전용 클럽라운지 '아고라', 사계절온수풀, 한식 및 퓨전 F&B 시설이 더해져 편안한 휴양을 즐길 수 있다.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 리조트 전경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 리조트 전경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왼쪽).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은 '그랜드 스윙'도 만나볼 수 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왼쪽).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은 '그랜드 스윙'도 만나볼 수 있다.
사계절온수풀을 즐기는 여행객들. 예능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석양이 어우러져 멋진 운치를 자아낸다.
사계절온수풀을 즐기는 여행객들. 예능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석양이 어우러져 멋진 운치를 자아낸다.

뮤지엄과 가까운 글라스하우스 2층은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는 민트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인정받은 김진래 셰프의 특별 코스요리를 오션뷰와 함께 차분하게 즐길 수 있다. 1층에는 셀프사진관이 있는 민트스튜디오와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또 글라스하우스 인근에서 섭지코지 대표 포토존으로 꼽히는 방두포등대, '그랜드 스윙'을 만날 수 있다. 동그란 조형물 안에 쏙 들어오는 성산일출봉과 그네 덕에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는 가족 고객 비중이 60%에 달해 부대시설과 액티비티도 이들의 기호에 맞춰져 있다.
대표적으로 오렌지동 1층에 마련된 '키즈 플레이 라운지'를 꼽을 수 있다. 오전부터 늦은 저녁까지 키즈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색종이 접기부터 키링 만들기, 동물 먹이주기, 쿠킹 클래스, 야광 파티 중 취향에 맞게 고른 뒤 라운지에서 사전 예약하면 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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