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포퓰리즘 정책, 원점 재논의하라"...의사단체 정부 규탄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5 21:02

수정 2024.02.15 21:02

"대한민국 의료 사망...전문가 의견 무시"
오늘 사직서 제출한 전공의 "수련 의미 없다"
서울시의사회는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정원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투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서울시의사회는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정원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투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의사들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에 의료계와 원점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정원증원·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국민 건강을 위해 전념할 의료인들이 앞으로 닥칠 암울한 의료 현실을 걱정해 모였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는 "준비 안된 의대 교육, 의학 교육 훼손한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 국민 건강 위협한다", "무계획적 의대 증원, 건보(건강보험) 재정 파탄난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명 넘는 인원이 모였다. 서울시의사회를 포함해 서울 9개 의과대학 대표와 학생, 67곳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와 전공의들도 집회에 참석했다.

의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철회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철회 △의료계와 원점 재논의 △국가적 혼란 야기한 정책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아울러 의사회는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교육, 의료, 이공계 붕괴와 국민 건강권 침해를 야기하는 잘못된 정책을 강행한 정부가 잘못했다"며 "총선 겨냥 포퓰리즘 정책인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두 달 후 심판할 것"고 주장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발표된) 2월 6일은 대한민국 의료가 사망선고 받은 날"이라며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월급이 떨어지면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지 않을 거라는 망언을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의 말은 더 가관"이라며 "월급이 많은 전문직 카르텔을 파괴해야 한다는 망언을 일삼았다. 보건복지 정책을 책임지는 장치관이 의사 수입을 낮춰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은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살려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28차례 협의에서 한 번도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얘기한 적 없다"며 "그럼에도 돌아오는 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썩은 당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 행사한 것처럼 이번에도 꼭 막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윤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의장은 "왜곡된 의료 체계와 사법 리스크,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장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 지방 의료 부족의 해결바안이 고작 정원을 늘려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냐"며 "비정상적 현상의 원인은 의사 숫자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학생, 전공의까지 문제가 있다고 하는 주장을 왜 듣지 않는지, 보건의료 관료의 능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 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조직위원장은 "의대생들은 학교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동맹 휴학을 선언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집행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선언하고 전공의는 개별 사직서를 내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사직서를 내고 궐기대회에 참석한 1년차 내과 전공의도 발언대에 올랐다. 원광대 전공의 A씨는 "중요한 본질은 밥그릇을 위해 사직했다. 중소 병원이고 개인 사직이라 영향이 없지만 수련이 의미 없다고 생각해 바로 나왔다"며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키는 것도 현명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보름만 채우면 수료인데 아쉽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보다는 나을 것 같아 나왔다. 정책 전면 백지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동우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가 단순히 밥그릇을 지키거나 직역 이기주의만을 위해 모인 게 아니라 앞으로 닥칠 암울한 의료 현실을 걱정해서 모였다"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며 희생한 의료계에 무한한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 저수가 체제 수정 없이 젊은 의사들이 요구하는 상시적 근무 여건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조직위 부위원장은 "늘어난 정원 현장에 나올 때 여기 모인 선생님들은 대부분 은퇴하는데 왜 이 추위에 나와 있는지 생각하라"며 "의사 늘어나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어느 과가 부족한지 얘기하자고 했지만 한 번도 안하다가 마지막에 2000명을 발표하는 게 무슨 짓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 의대생과 인턴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떠나면 저희도 2주 이상 버틸 수 없다.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대통령실을 향해 비추고 '아웃'이 새겨진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며 "무분별한 의대 증원 아웃"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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