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항암치료 중단하고 수술 날짜만 기다리는데 취소될까 걱정" 환자들 눈물 [의대 증원 후폭풍]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8 18:35

수정 2024.02.18 18:35

[현장르포] 전공의 파업 하루 앞둔 서울 '빅5 병원'
마취과 50% 미만 운영에 그쳐
응급 이외 일부수술 연기·취소
의료공백 우려 속 불안감 고조
전공의 파업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전공의 파업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치료가 하루라도 늦어질까 봐 저희는 불안하죠, 어떡해요." 전공의 파업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이 병원 암병동에 있던 한 환자 보호자가 눈물을 내보였다. 의사들은 "현재까지는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으나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가 지난 18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취지로 19일까지 모두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사직서가 수리되면 20일 오전 6시 이후부터 근무하는 의사들이 확 줄어든다.
의사들의 사직 명분을 떠나 환자나 보호자들은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非응급수술 일정 지연 예상"

지난 16일 복지부의 현장점검 결과 23개 병원의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냈고, 이들 가운데 103명이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103명 가운데 100명이 복귀한 상황이다.

19일 예정된 전공의 파업에 얼마나 많은 수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의료공백의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 오후 내부 긴급공지를 통해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평소 대비 50% 미만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상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 및 운영에 대해 논의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실제로 병원 내에서는 마취를 해줄 전공의 부족으로 일부 수술이 미뤄지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연세대 의대 교수 A씨는 "19일 오전 9시를 기해서 전공의들이 파업한다"며 "응급수술을 제외한 수술들이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파업 지지 의견을 밝힌 의사도 있었다.

또 다른 세브란스병원 근무 교수 B씨는 "전공의가 아니라 교수들이 파업해야 할 일"이라며 "의대생은 일정 수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2000명을 늘리면 시설이 부족해 교육도 제대로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결국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가 나오면 나중엔 환자 건강도 위험해질것"이라며 "전공의 파업으로 환자가 지금 위험해질지, 섣부른 증원으로 나중에 위험해질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항암 중단했는데 수술 밀리면…"

환자들 중에선 암환자들의 불안감이 컸다. 치료일정이 틀어질 경우 병세가 악화될 수 있어서다.

직장암 4기 환자 변모씨(52)는 다행히 20일에 예정된 수술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불안해했다. 수술받기 위해 항암치료도 중단한 상태여서다. 그는 "항암치료를 받으면 염증이 일어날 수 있고, 체력도 떨어져 수술 전에는 안 한다고 들었다"며 "몇 년 전에도 다 나은 줄 알고 항암치료를 멈췄더니 다른 쪽으로 전이된 적 있다. 이번에 수술이 밀리면 안 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처형의 난청을 고치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까지 올라왔다는 심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제일 잘하는 교수님이 있다고 해서 지난해 2월부터 기다렸는데 그분이 돌아가시고 일정이 더 밀렸다"며 "29일로 수술 일정이 잡혀있지만 취소될까 봐 불안하다.
멀리서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확인해주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주 난소종양 수술을 마치고 이날 퇴원을 앞둔 50대 김모씨는 "저는 정말 운이 좋게 일정이 잡혀서 다행"이라면서도 "항암치료 때문에 입원한 환자에게 3월 1일부터 열흘간 일정을 잡을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고 들었다.
3주 후 일정이 겹쳐서 당장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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