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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지배구조로 주주환원 인색... 전문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해야" [K디스카운트 자초한 상장사 (하)]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8 18:36

수정 2024.02.18 18:36

일본처럼 '밸류업' 성공하려면
기업 스스로 가치 높이기 나서야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국내 증시의 부활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뜨거운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만년 저평가' 해소는 결국 기업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 등 근본적으로 손봐야 할 부분도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오는 26일 공개된다. 기업의 주주환원과 밸류업 노력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등이 담길 전망이다.
이사회 책임 강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발표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 자체보다 기업들의 적극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앞장서야 일본의 사례와 같이 밸류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특히 중요한 이유로는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꼽힌다. 일본의 경우 소유분산 기업이 많아 정부에 발 맞추기가 수월했지만 국내는 특정 대주주 중심의 오너경영이 자리 잡고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회장은 "한국이 일본처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변화하는 데 어려운 점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처럼 국내 기업들도 스스로 자각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 '공시를 하고 이행 과정을 꾸준히 시장에 알려라'라고 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비업무용 자산을 매각하고, 얼마만큼 주주들에게 환원할 것인가는 결국 기업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짚었다.

기술적·단기적 대책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의 고질병을 고칠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 도입을 저울질하다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기업의 우려에 결국 보류한 바 있다. 하지만 대주주의 사익추구를 근절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창환 대표는 "자사주는 회삿돈으로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지만 실제로는 우호주주에게 팔아서 경영권을 방어하거나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을 이용하는 등 자사주가 회삿돈을 자기 목적으로 유용하기 위한 합법적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는 현행 상법 382조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까지 확대하는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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