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센서가 곤충처럼 사물 움직임을 감지해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11:25

수정 2024.02.19 11:25

KAIST, 곤충 시각 지능 모방한 지능형 동작인식 부품 개발
에너지 소모 92.9% 절감하고 사물움직임 정확성 15% 향상
곤충 눈. 게티이미지 제공
곤충 눈.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팀이 곤충의 시신경계를 모방해 사물을 찾아내고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신개념 '지능형 센서'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부품을 이용한 사물인식 기술은 지금까지 나와있는 다른 기술보다 92.9%의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사물의 움직임을 15% 더 정확하게 알아냈다.

이 기술은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 차량 운송 시스템, 로봇, 머신 비전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KAIST에 따르면, 연구진은 입력 신호에 따라 소자의 저항 상태가 변하는 멤리스터라는 부품을 융합해 만들었다. 이 부품은 곤충의 시신경 내에서 시각 정보를 해석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기능을 모방한 것이다.

김경민 교수는 "곤충은 매우 간단한 시각 지능을 활용해 놀랍도록 민첩하게 물체의 동작을 인지한다"며 "이같은 곤충 신경의 기능을 멤리스터 소자를 활용해 이를 구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AI가 탑재된 휴대폰과 같이 에지형 AI 소자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는데, 이 연구는 동작 인식을 위한 효율적인 비전 시스템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비전 시스템은 이미지 인식, 객체 탐지 및 동작 분석과 같은 다양한 작업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비전 시스템은 이미지 센서에서 수신된 신호를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물체와 그 동작을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상당한 양의 데이터 트래픽과 높은 전력 소모가 필요해 모바일 또는 사물인터넷 장치에 적용되기 어렵다.

곤충의 생물학적 시신경계에서 기인한 기본 동작 인식 과정. KAIST 제공
곤충의 생물학적 시신경계에서 기인한 기본 동작 인식 과정. KAIST 제공
또한, 곤충은 '기본 동작 감지기(EMD)'라는 시신경 회로를 통해 시각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물체를 탐지하고 그 동작을 인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이를 구현하는 데 있어 기존 실리콘 집적회로(CMOS) 기술에서는 복잡한 회로가 요구되기 때문에, 실제 소자로 제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다양한 기능의 멤리스터 소자들을 집적해 고효율·초고속 동작 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를 개발했다. 동작인식 소자는 자체 개발한 두 종류의 멤리스터 소자와 저항 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종류의 서로 다른 멤리스터는 각각 신호 지연 기능과 신호 통합 및 발화 기능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곤충의 시신경을 직접 모사하여 사물의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개발된 동작인식 소자의 실질적인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차량 경로를 예측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을 설계했다.
여기에 개발한 동작인식 소자를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기술 대비 92.9%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서도 더 정확히 사물의 움직임을 예측해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송한찬·이민구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발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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