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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물가에 예전같지 않은 소비... 美기업들 원가절감·정리해고 방점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18:10

수정 2024.02.19 18:10

IT 등 업계 전반 인력 감축 계획
서비스 줄이고 투자비용도 깎아
"높은 가격에 모두가 피로" 지적
약 4년 동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특수한 영업 환경을 겪었던 미국 기업들이 올해는 원가 절감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들은 팬데믹 동안 부풀었던 소비가 평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보고 조직 및 서비스 규모를 줄여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 기업 올해 화두는 '비용 절감'

미 경제매체 CNBC는 18일(현지시간) 미 기업들이 최근 실적발표와 함께 정리 해고 및 서비스 축소 계획을 발표하며 원가 절감에 나섰다고 전했다.

미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는 지난 15일 발표에서 전체 직원의 약 2%인 1600명 이상을 감축하여 앞으로 3년 동안 최대 20억달러(약 2조 6698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 의류기업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상반기에 직원 10% 해고를 예고했고 미 백화점 기업 메이시는 지난달 전체 3.5%에 달하는 2350명의 직원을 줄이고 5개 백화점을 폐점한다고 밝혔다.

이외 완구 기업 마텔,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 물류업체 UPS,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 역시 올해 들어 인력 감축 계획을 알렸다.


미 IT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량 해고가 이어지면서 올해 들어 3만4000명의 IT 인력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 일자리 컨설팅업체 '챌린저, 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가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만 8만2307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36% 증가했다.

해고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위축되고 있다. 미 유나이티드항공은 올해 1등석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최소 이동거리를 1287km에서 1448km로 늘렸다. 다른 항공사인 제트블루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을 정리한다고 밝혔으며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 미디어 기업들은 콘텐츠 제작비를 깎겠다고 밝혔다.

■"정리해고가 정리해고를 부른다"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유는 영업 환경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 지원금과 저금리로 풀린 막대한 현금 덕분에 전염병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소비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소비는 팬데믹 말기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지난달 미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8% 줄어 시장 전망치(0.3% 감소)를 크게 밑돌았다. 기업들 역시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을 고민하는 동시에 고금리에 따른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다국적 회계법인 언스트영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소비자나 기업가 모두 가격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거의 모든 물건의 가격이 팬데믹 이전 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다코는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의 균형이 재조정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과 성장이 느려지고 금리가 내려가는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 환경을 향한 재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원가 절감을 노리는 기업들이 업계의 정리해고 바람에 편승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 신용평가사 피치의 데이비드 실버맨 소매 애널리스트는 "정리해고가 정리해고를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기업들이 함께 정리해고를 발표하는 바람에 특정 기업에 대한 비난이 묻힌다며 기업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정상화를 선언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 오명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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