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리 지금이 고점"… 투자자들 정기예금·CMA로 이동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18:13

수정 2024.02.19 18:13

작년 요구불예금 회전율 4년래 최고
금리인하 앞두고 예·적금 가입늘어
증시 대기자금 CMA 잔액도 증가
1월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617조
전월比 26조↓… 올해도 이탈늘듯
"금리 지금이 고점"… 투자자들 정기예금·CMA로 이동
지난해 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에 늦기 전에 4%대 예금에 가입해야 한다는 수요가 몰리면서 이른바 '잠자는 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투자 심리도 회복되면서 주식시장 등으로도 투자 대기 자금이 쏠렸다.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 감소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월 17.6회로 집계돼 지난 2019년(18.7회)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감폭도 2.2회로 5.6회 늘어난 지난 2008년(33회)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다.

요구불예금은 금리 수준이 0.1~0.2%대로 3~4%대인 일반 예금과 비교해 낮지만, 급여 통장처럼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이다.
주로 투자하기 전에 돈을 모아두는 임시 거처로 활용된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이란 월중 예금지급액을 예금평잔액으로 나눈 수치로, 값이 높아질수록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가 은행에 맡긴 돈을 더 자주 인출했다는 뜻이다.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2019년 4·4분기 19.2회를 기록한 이후 지난 2020년 17.3회, 2021년 15.6회 등 하락세를 거듭해 왔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유동성이 풀리면서 분모에 해당하는 예금평잔액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2022년에는 15.4회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갱신한 바 있다.

회전율이 급반등한 건 2022년 막바지부터다.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권의 수신경쟁이 촉발되면서 요구불예금 잔액은 예·적금으로 흘러들어갔다. 이에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22년 3·4분기 14.3회에서 4·4분기 17.1회로 급등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2·4분기에 16.7회로 집계되며 전·4분기(17.6회)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2023년 4·4분기에 18.7회로 2019년 4·4분기 이후 최고로 오르는 등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특히 12월의 경우 회전율이 19.7회로 1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곧 저문다" 투자 수요↑

이는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에 묻혀 있던 돈이 투자처를 찾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합계는 지난 2019년 5186조8430억원에서 지난해 7385조389억원까지 늘어나며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주식·채권시장 등에 투자 자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단기 금융상품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이 수신금리가 내리기 전에 예금에 가입하려는 수요도 한 몫 했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1·4분기 3.85%에서 2·4분기 3.62%로 감소했다가 3·4분기 3.81%에서 4·4분기 4.06%로 반등했다. 월별로 보면 11월 예금금리가 4.18%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당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적금 잔액은 전월 대비 13조5189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예·적금 수신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23년 10월, 11월에 요구불예금이 정기예·적금으로 빠진 측면이 있다"며 "12월에는 연말 자금 수요 때문에 분자에 해당하는 지급액 자체가 늘고 주식 투자 등을 이유로 대기 자금이 쏠리면서 회전율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도 요구불예금 잔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16조7480억원으로 전월보다 26조360억원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는 꺾였으나 올해 주요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예고된 만큼 예금 등 안전자산 막차 수요도 남아있다"며 "피봇을 앞두고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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