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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원하는 공간에서 극장 개봉작 즐기세요"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18:25

수정 2024.02.19 18:25

석민철 알엔알 대표
영화관·OTT 장점 결합한 플랫폼
입주민·임직원 전용 공간서 상영
국내 PoC 끝내고 해외 IPO 노려
새로운 콘텐츠 유통생태계 만들것
[fn이사람] "원하는 공간에서 극장 개봉작 즐기세요"
"멀티플렉스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겠습니다."

석민철 알엔알 대표(사진)는 19일 콘텐츠 유통에 있어 새로운 형식의 플랫폼을 꺼내 들었다. 원하는 영화를 극장을 찾아갈 필요 없이, 또 작은 사이즈의 스마트폰이나 TV로 보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영화 배급·상영 시스템이다.

기존 영화 유통시스템에 변화를 줘 멀티플렉스와 OTT가 가진 약점을 보완한다는 콘셉트란 게 석 대표의 설명이다.

석 대표는 "OTT는 편리하지만 시네마틱한 느낌이 없고, 극장은 일부러 영화관을 찾아가 모르는 사람들 수백명과 뒤섞인 곳에서 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며 "OTT와 멀티플렉스 사이에서 편리하고도 시네마틱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석 대표는 사람들이 평상시 이용하는 공간에 영화를 배급하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와 같은 멀티플렉스가 아닌 '모노플렉스'로, 대형 영화관에서 극장 개봉작을 '상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극장 개봉작을 '배급'하는 것이다.

석 대표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했다. 비디오방 같은 것인지 헷갈려 하다가 막상 시스템을 운용해 보니 '개봉작 영화 배급이 되네' 한다"면서 "프리미엄 공간에 신작 영화를 배급하는 것을 보면서 그제서야 다들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에 입주민 전용 영화관이, 제주 신화월드 메리어트관 등 고급 호텔에도 프리미엄 상영관이 만들어졌다. 국내 모 모빌리티 대기업에도 임직원 전용 사내 영화관을 만들어 개봉작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 배급에는 극장 개봉작을 상영하기 위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단순히 영화를 빔프로젝터로 상영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최신 영화들을 배급해야 해서다.

석 대표는 "저희가 굳은 믿음을 갖고 오랜 기간 준비했는데 이제는 해외에서도 문의가 오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며 "옛날처럼 큰 공간을 빌려서 입지 좋은 곳에 거액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한번에 200~300명 모아서 상영하던 멀티플렉스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2003년 CGV 본사 공채 1기였던 석 대표는 2006년부터 디지털 시네마를 준비하면서 필름에서 디지털로 인프라를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과 협업했던 석 대표는 디지털 시네마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약 1250개 영화관을 디지털화했다. 3D 영화와 아이맥스 영화관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는 프로젝트도 담당했던 석 대표는 콘텐츠 배급시스템의 기술적 진화와 관련된 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2010년 할리우드로 이동해 미국에서 활동한 석 대표는 2014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다. 석 대표는 "미국에서 4년간 활동하고 돌아왔지만 한국은 영상기만 필름에서 디지털로 변했을 뿐 나머지 일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석 대표의 사업은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사전검증(PoC) 레벨을 끝낸 가운데 올해부터는 해외진출에 나선다. 석 대표의 목표는 해외시장에서의 기업공개(IPO)다.
석 대표는 "우리는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상영업이 아닌 디지털 배급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중에는 콘텐츠 IP(지식재산권) 유통에도 나서고자 로드맵도 만들었다.
2028년 말까지 5년을 준비해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IPO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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