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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세필로 피워낸 가장 소소한 존재 [손이천의 머니&아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19 18:25

수정 2024.02.19 18:40

김홍주 '무제'
김홍주 '무제' / 케이옥션 제공
김홍주 '무제' / 케이옥션 제공

작은 세필로 점을 찍듯이 꽃그림을 그려 '세필 꽃화가'로 알려진 김홍주(79)는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문득 그림 그리기를 결심,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고민하던 김홍주는, 스스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극히 모범생답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오랜 시간 노동집약적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그런 그였기에 가능했을 터이다. 그가 세필로 정교하게 그리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고교 교사 시절, 작은 소재를 오래 그리기 위함이었고, '꽃'을 택한 것은 가장 하찮은 존재라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업 초기였던 1970년대에는 개념미술을 주도했던 미술그룹 ST(Space and Time)에서 화업을 이어갔으나, 그림은 머리가 아닌 손으로 그리는 행위 그 자체라고 생각했던 작가는 1970년대 중반 사실주의적 회화로 복귀해 인물, 풍경 등 일상적 소재를 캔버스에 담았다. 1980년대 들어서는 이미지와 실재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시도와 함께, 후반에는 풍경과 인물을 지도처럼 나열하는 작업을 통해 미술계의 이목을 끌었고,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시작한 꽃 그림을 통해 그는 비로소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됐다.

1978년 첫 개인전을 연 김홍주는 1980년 프랑스 칸 국제회화제 특별상을 수상했고, 2005년 서울 로댕갤러리에서 한국 회화작가로는 최초로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같은해 제6회 이인성 미술상, 2006년 제4회 파라다이스상(문화예술 부문), 그리고 2010년 제22회 이중섭 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일본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30여년을 목원대에서 후학을 양성한 김홍주는 현재 평창동 작업실에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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