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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속 '실낱 희망' 軍병원, 대학병원서 거부한 응급환자 수술키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0 16:30

수정 2024.02.20 16:30

중증환자 수도병원서 "대학병원 응급실 '거부' 80대 시민 등 수술 받아줘" 고관절 골절 50대도 국군수도병원 찾아 수술받게 돼 수도병원 응급실, 민간인 환자 진료 위해 20개 병상 중 6개 대기 12개 군병원 응급실 개방, 의료공백 대응…군의관 파견 등 검토
[파이낸셜뉴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되면서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전 한 민간인 응급 환자가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되면서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전 한 민간인 응급 환자가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근무 이탈 등으로 의료대란이 현실화화는 가운데 군 관련 병원들이 응급·중증 환자들의 실낱 같은 희망이 되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부족으로 수용을 거부한 응급 수술이 필요한 고령의 환자를 받는 등 위급한 처치가 필요한 민간인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그나마 안도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20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 소재 국군 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을 요하는 민간인 환자의 진료를 위해 총 20개의 병상 중 6개를 따로 분리해뒀다. 중증 및 응급 처치가 필요한 민간인 환자가 많을 경우 격리실 등 다른 병상들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기저질환의 80대 고관절 골절 환자, 수도병원서 받아줘

이날 국군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난 임모(50·여)씨는 "다른 병원에 다 전화해도 받아주지 않았다"며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시는 건가' 걱정하며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군병원에서 받아줘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임씨의 아버지(83)는 7일 전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이송된 구리의 2차병원 측은 그가 나이가 많은데다 후두암, 심근경색 등의 기저질환이 있어 3차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딸 임씨는 아버지 수술을 위해 서울대·한양대·경희대 등 대학병원들에 문의했으나 "아버지가 연세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어 수술이 어렵다며 응급실에 전공의가 없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요양병원도 여기저기 알아봤으나, 수술이 끝난 후 뼈가 붙은 상태의 환자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임씨는 "오늘 아침에 TV 뉴스에서 군병원이 환자를 받는다고 해서 수도병원에 전화했다"며 "바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수도병원 의료진을 만나자마자 '무조건 수술할 것'이라고 말해주니 안도감이 들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다"고 했다. 임씨 아버지는 21∼22일쯤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날 수도병원 이용객들은 대부분 군인이었지만, 임씨 부친에 이어 장폐색 증세를 보인 민간인 환자 1명도 수도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이날 오후 2시까지 2명의 민간인 환자를 받았다. 이들 모두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지 못한 환자들이었다. 수도병원 응급의료센터에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약 30명의 민간인 환자를 받았다. 평시엔 이틀에 1명꼴로 민간인 환자가 올까말까인데 앞으로는 이곳을 찾는 민간인 환자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센터측은 봤다.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환자 인적사항을 적고 있다. 군 당국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 의료체계를 민간에 개방했다.사진=공동취재단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환자 인적사항을 적고 있다. 군 당국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 의료체계를 민간에 개방했다.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 공립 병원에 군의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국방부는 군 병원 응급실 개방 이외에도 민간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방안과 국·공립 병원에 군의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향후 상황을 고려해서 군 장병 의료지원 태세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에 응급실을 개방한 군 병원은 국군의무사령부 산하 국군강릉병원, 국군춘천병원, 국군홍천병원, 국군고양병원, 국군양주병원, 국군포천병원, 국군서울지구병원, 국군수도병원, 국군대전병원과 해군 산하인 경남 창원시 해군해양의료원·해군포항병원, 공군 산하인 충북 청주시 공군항공우주의료원 등 12곳이다.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대해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절반이 넘는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 가운데 1630명이 이날 근무지를 이탈했다.

■수도병원장, 국민 도울 준비 돼... 왜래진료 민간인 개방도 준비

석웅 수도병원장은 "우리 본연의 임무는 군인 치료지만 군병원은 언제든지 국민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라며 "외래진료의 민간인 개방도 필요하다면 지침에 따라 열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라고 밝혔다.

성상현 수도병원 흉부외과장은 "12개 군병원에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응급 진료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고, 민간인들이 진료받을 때 행정절차들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며 "어려움 상황을 극복하는 데 군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부터 수도병원 등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개방했다. 군병원 응급실은 평시에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지만, 수도병원과 대전병원을 제외하면 입구에 위병소 개념의 시설이 있어 민간인의 진입에 다소 불편함이 있다.

이에 군 당국은 민간인의 원활한 출입을 위해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출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안내 요원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접수 및 의무 기록 발급을 위한 전산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한 민간인 응급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군 당국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 의료체계를 민간에 개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한 민간인 응급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군 당국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 의료체계를 민간에 개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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