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범 위험 높은 마약사범… 재활 통해 사회복귀 도와" [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0 18:10

수정 2024.02.20 18:10

(9) 김진아 법무부 마약사범재활팀장
5년간 마약사범 재범률 35% 달해
법무부 작년 6월 예방 전담팀 신설
마약류 중독 재활 프로그램 도입
교도관 대상 중독심리사 교육 등
재활교육 전문 인력도 확보 나서
김진아 법무부 마약사범재활팀장 법무부 제공
김진아 법무부 마약사범재활팀장 법무부 제공
"마약사범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재범입니다. 수감시설 안에서는 범법을 저지를 일이 없지만 수감 후 재범 의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과 재활을 병행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김진아 법무부 마약사범재활팀장의 말이다. 마약류 범죄의 재범률은 매년 30%를 넘는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8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마약사범 재범률은 35.3%에 달했다. 법무부는 마약류 사범이 매년 급증하자 지난해 6월 마약류 사범을 재활하고 재범을 예방하는 전담팀을 신설했다.
법무부가 교정본부 산하에 설치한 마약사범재활팀이다. 마약과 알코올 등 물질중독 수용자 재활 등을 맡는다. 김 팀장은 첫 재활팀장을 맡았다. 대구지방교정청 심리치료센터장과 통영구치소장, 법무부 심리치료과장 등을 거쳤다.

■"12단계 치료 통해 회복 도움"

김 팀장은 "마약류 사범 수감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중독 재활프로그램은 10명 내외로 무리를 지어 집단상담 형식으로 이뤄진다"면서 "인지행동치료와 동기강화상담, 사전·사후면담 등을 주기적으로 행하며 재활 의지 등을 기준으로 수용자들을 분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선진국의 마약류 중독 재활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그는 "선진국의 주요 교정시설에서 활용 중인 12단계 촉진치료, 인지행동 치료 등은 이미 효과성이 검증된 치료방식"이라고 전했다.

12단계 촉진치료는 자신의 중독 사실을 인정하는 1단계부터 출발해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는 단계까지 총 12단계의 회복 과정을 거치는 마약류 중독 재활 프로그램이다. 미국 헤이즐든 재단의 전문가들에 의해 1989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정 △믿음 △의지 △목록 작성 △인정 △준비 △요청 △보상 △회복 △인계 △깨달음 △타인에 대한 메시지 전달 등의 단계로 구성된다.

12단계 치료의 첫번째 과정은 자신이 중독됐다는 사실과 무력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단계다. 두번째 단계인 믿음은 자신보다 위대한 힘에 의지해 자신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간 단계인 목록 작성과 인정 단계에선 마약 중독자들이 자신의 도덕적 잘못과 약점 등을 스스로 알아내 명시화한 후 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보상과 회복 단계에선 자신이 타인에게 끼친 피해를 어떻게 인정하고 관계를 회복할지에 대해 살피는 상담치료를 수행한다. 마지막 단계는 본인의 회복 과정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행위다. 다른 중독자들에게 회복에 도움을 줌과 동시에 이 행위 자체가 본인의 치료 과정이 된다.

■"'마약류 네트워킹' 현상 경계"

김 팀장은 수감자들의 마약류 네트워킹 현상에도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거에 교도소에선 마약 사범들이 같은 방에 수감되면서 마약 유통경로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하는 법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교도소에서 마약류 범죄 노하우가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약류 수용자와 비(非)마약류 수용자를 분리해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마약류 수용자는 다시 투약 사범과 제조·판매 사범으로 분리해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경미한 마약 사범의 경우 강제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국가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수용자에 대해선 재활 프로그램이 적용되지만 경미한 사범으로 기소유예 등을 받는 경우 적극 치료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법무연수원 차원에서 마약 전담검사 교육 시 수사와 단속뿐 아니라 구속된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감호 청구 간소화 방안을 전파하는 등 적극적으로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검찰에선 단순 마약 사범을 기소하는 경우에도 구형 단계에서 '치료명령'이 병과될 수 있도록 적극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도관 대상으로도 중독심리사 교육"

현재 국내 교도관의 마약 재활 프로그램은 임상심리사나 중독심리사 등 전문자격이 있는 이들이 진행한다고 한다. 필요시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마약류 사범이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팀장은 "마약 사범이 출소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중독재활센터 등 지역사회 재활기관에 사례관리서비스를 신청하게 해 출소와 동시에 치료재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교정시설의 우수한 마약 재활 프로그램으로 김 팀장은 '마약류 회복이음 과정'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화성직업훈련교도소와 부산교도소를 전담교정시설로 지정해 '마약류 회복이음 과정'을 시범운영했다"며 "수용자들에게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 재활로 이어지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 마약사범의 단약 동기 효능감을 높이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마약사범재활 전담교정시설을 연중 4개 시설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또 마약류 사범 중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자를 대상으로 한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을 확대 운영하는 등 마약사범의 재활을 위한 시설·인력·제도 등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재범 방지 교육이 효과적이려면 상주 교도관들도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게 김 팀장의 생각이다.


김 팀장은 "법무부 차원에서 교도관을 대상으로 중독심리사 자격 취득 교육과정과 재활교육 강사 양성과정 등을 운영하면서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지속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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