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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미국경제 이해하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0 18:21

수정 2024.02.20 18:21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데 미국만 골디락스 경제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미국 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미국이 골디락스 경제를 유지하게 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유동성(화폐공급)이 생각만큼 줄지 않아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이자율은 5.5%로 선진국 중 가장 높다. 당연히 다른 선진국보다 빠른 유동성 감소로 경기가 식어야 한다.
실제로는 반대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정부가 높은 수준으로 적자재정을 운영해서다. 2023년 회기 기준,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6.3%에 이르는 1조6950억달러(약 2290조원)의 재정적자를 냈다. 2022년 대비 23% 증가했다. 적자가 커지자 공화당이 바이든 정부의 예산안을 거부할 정도였다. 둘째, 미국의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강달러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다른 나라의 돈이 미국으로 흘러들었다. 셋째,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해외투자를 불러들였다. 미국은 취약한 반도체와 2차전지 분야 등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의 투자를 강력히 유도했다. 그 결과 해외투자가 폭증했다. 이들 세 요인이 연준의 유동성 감축 효과를 상쇄시켰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경색되고 있다는 징후도 있다. 첫째,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크게 줄고 있고, 해외투자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비해 높은 이자율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유동성이 줄어드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23년만큼의 확장경제는 어렵고 오히려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장단기 금리차가 유지되고 있다. 단기 금리는 기업의 비용적 측면이 강하다. 장기 금리는 장래를 밝게 본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장기금리-단기금리'를 미래경제의 선행지표로 사용한다. 이것이 플러스일수록 미래가 밝다고 본다. 그런데 '10년물-3개월물'의 마이너스 현상이 2022년 10월 이후 지속되고 있고, 다른 장단기 금리도 유사하다.

셋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와 같은 지역은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투자회수가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기업의 사무실용 건물 수요가 줄었고,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매물로 나오는 건물이 늘어서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은 내수에 부정적이다. 일반인의 임대수입이 줄어서다.

넷째, 화이트칼라 실업률 상승이다. 미국 기업들은 지금 화이트칼라 해고 열풍에 싸였다. IT업계 해고율이 2023년 3월 기준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금융·보험업계에서도 정리해고가 55% 늘었다. 반대로 서비스직 등 블루칼라 고용은 늘었다. 코로나 기간 마비된 물류망이 재건되며 블루칼라 고용률이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미국 노동부). 하지만 이런 추세는 꺾일 가능성이 크다. 고임금 근로자의 소비가 줄면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과 해외투자가 줄어들고 있고, 높은 이자율로 인한 유동성 회수가 지속되고 있으며,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식고 있고,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이 줄지 않고 있음은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요인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연준이 이자율을 상당 폭 빨리 내려야 한다. 유동성 감소에 비해 연준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 유지는 어렵다. 연준의 행동방식도 중요하다. 연준은 물가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이로 인해 이자율을 내리는 속도가 너무 늦거나 폭이 작다면 문제가 된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자율을 급격히 내린다면 이것은 경기침체가 깊어졌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미국 경제의 향방은 연준이 쥐고 있다.
모두가 연준 의장인 파월만 목 빠지게 쳐다보는 이유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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