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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불법 사금융' 척결 위한 강력한 대책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0 18:21

수정 2024.02.20 18:21

범부처 공조 2차조사 착수
처벌 강화, 포상 확대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20일 범부처 차원의 긴밀한 공조로 불법사금융을 척결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국세청은 이날 불법사금융 179건에 대한 2차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 후속 조치다. 이번 2차 조사에는 '휴대폰깡' 등 신종 수법을 활용한 불법사채업자 등이 포함됐다.
경찰청이 불법사금융 조직총책 수사자료를, 금감원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와 불법추심 혐의업체 명단을 제공했다. 국세청은 이들의 차명계좌, 은닉재산, 불법장부 등 자금출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불법사금융 실태는 이렇다. 한 사채업자는 인터넷 대부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며 일명 휴대폰깡 수법으로 높은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줬다. 이를 빌미로 채무자 명의 휴대폰을 받아 대부업자에게 대포폰으로 팔아넘겼다. 또 다른 사채업자는 취업준비생 등 신용 취약계층에게 5000여회 돈을 빌려주고 나체사진을 찍어 협박하는 등 악랄하게 추심했다. 게다가 최고 연 5214% 이자수익을 채무자 명의 차명계좌로 은닉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불법사금융은 수법이 지능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합법을 가장한 온라인대부 사이트를 열어 개·폐업을 반복하고 꼬리만 자르면 되도록 여러 갈래, 다단계로 흩어놓아 불법조직의 총책을 찾아내기조차 어렵다.

사회 곳곳에 파고든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사회적 약자가 빌린 수십만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천만원의 빚으로 둔갑한다. 돈을 갚지 못하면 불법 추심업자는 채무자의 배우자, 가족까지 살해하겠다고 협박한다. 이들의 직장, 학교까지 개인 신상을 파헤치고 성착취 영상까지 찍은 후 폭력과 협박으로 여러 겹의 덫을 친다. 피해자들은 청년, 사회초년생,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많다. 용기 내어 신고한다 해도 대포폰, 대포통장 등을 쓰며 추적을 피하는 사채업자를 찾아내기조차 어렵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불법사금융에 내몰린 저신용자가 최대 7만여명, 1조2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와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정부의 불법사금융 합동조사는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불법사금융이 만연돼 있는데 관리감독 당국의 조사와 처벌이 미미하다는 점에서다. 부처 칸막이를 없애 공조하겠다는 약속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이러니 불법 사채업자·추심업자들이 공권력을 비웃듯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사채 빚에 쫓겨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들면서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하라"고 지시할 정도다. 불법사금융 척결은 때가 되면 한번씩 하는 요식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금 수준 이상으로 불법사금융에 대한 폭넓은 단속과 조사에 나서야 한다. 음지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처벌을 강화해 불법대부업자들이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고발자, 불법사채 신고 등에 대한 국민 포상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론 실질적인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3년째 20%로 묶어둔 법정 최고금리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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