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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 대규모 시위와 김정은 정권의 관심전환 도발 가능성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2 06:00

수정 2024.02.22 06:00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후 3대에 걸쳐 잔혹한 공포정치 이어와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 2천여명 임금 체불 항의 대규모 시위 사건
 -공포정치보다 두려운 북한 노동자 폭동, 최소한의 생계달린 불만 폭발
 -독버섯처럼 퍼져 쌓인 아사 공포,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보다 심각한 듯
 -북한 당국도 매우 당혹, 문제의 근원은 북한 정권의 무능과 부도덕
 -북한 주민 불만 외부로 돌리려는 도발수위 강화, 관심전환전쟁 가능성
 -한미, 국지도발·전쟁 억지력·핵 억제력, NCG·CNI 가시화 어느 때보다 중요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세워진 후 북한은 단 한 번도 국내정치 지형 개혁 없이 지금까지 줄곧 김씨일가 왕조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공포정치를 일삼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21세기에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인류문명 퇴화를 보여준다. 김씨정권발 야욕과 공포정치는 국가출범 초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김일성이 중국과 소련을 등에 업고 6·25전쟁을 일으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영토야욕은 정권 초기부터 명확했다. 마찬가지로 갑산파, 연안파, 소련파, 남로당파 등 반대파를 잔혹하게 숙청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권력욕은 끝이 없었다. 심지어 김일성은 1955년 ‘주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등장시킨 이후 자신을 개인숭배 수준으로 우상화하며 반대세력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그가 권력을 장악하고 그 권력을 공고히 하는 방법은 숙청, 처형과 같은 공포정치였고, 그 공포정치는 아들 김정일과 손자인 김정은의 통치방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바로 이 공포정치는 최소한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는 전체주의 방식에 기반하였고, 세뇌되고 공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에게 반대 목소리는 생각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각인되었다.

그런데 지난달 공포라는 높은 벽을 뛰어넘어 북한 인민이 정부를 향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매우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하였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2천여 명이 북한 국방성 산하 무역회사를 상대로 임금 체불에 항의하여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 시위자들은 관리자와 감시요원들을 인질로 잡았고 관리직 대표가 폭행으로 숨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대규모 시위에 나선 북한 노동자들은 공포정치에 어두운 그림자에 오랜 기간 노출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위자들은 항거와 반발이 불러올 파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포정치의 두려움보다도 그들이 더 두렵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엄벌을 각오하고라도 폭동을 일으킬 정도로 그들을 두렵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북한 노동자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막노동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임금의 일부나마 받아서 가족들을 위해 사용하여 최소한의 생계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최소한의 임금마저 받지 못하자 그동안 쌓여온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처럼 쌓인 불만이 북한 사회 독버섯처럼 퍼져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의식주가 풍족한데 일부 임금체불로 인해서 내뱉는 불만과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임금도 못 받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현재 1990년 중반 고난의 행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주민에게 공포정치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굶어서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노동자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목도한 후 이를 “특대형 사건”으로 규정한 것을 보면 북한당국도 매우 당혹해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법이 아닌 공포정치로 해결해왔던 북한이 이러한 당혹감을 보였다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첫째, 공포정치와 세뇌교육에 매몰된 북한 주민이라도 반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정권안보에 적색등이 켜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둘째,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대규모 시위가 언제라도 다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자 임금을 착취한 정권의 수장인 김정은 자신은 '러시아판 롤스로이스' 최고급 러시아 아우르스 자동차를 푸틴에게서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에 북한 주민의 불만이 더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노동자를 착취하고 북한 주민의 식량안보를 해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최고급 자동차를 챙기고 핵무기를 만들어 정권안보 수단을 강화하는 몰상식한 모습을 북한 주민이 모를리 없다.

이처럼 문제의 근원은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계조차 해결해 주지 못하는 북한 정권의 무도함과 무능에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 정권은 경제적 처방이 아닌 강압적 처방으로 이 문제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주동자를 처벌하여 이전보다 그 가혹한 공포정치를 펼칠 것이 우려된다. 나아가 대외적으로는 각종 도발을 일으켜 북한 주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적 결속을 다지려 할 수 있다. 이처럼 관심전환전쟁(Diversionary theory of war)에 기초한 처방을 하는 과정에서 이 방법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도발 수위를 높여서라도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도발 강도가 높아지면 이를 상쇄하기 위한 한미의 대응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핵무장을 완성했다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김정은 정권이 사태를 오판하여 레드라인을 넘으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이 부정적 연쇄고리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능동적 억제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2024년을 전쟁준비의 해로 천명한 이상 북한의 무력도발은 국지도발에 그치지 않고 전면전에 활용 가능한 재래식 전력 기반 도발과 핵강압도 연계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당국도 국지도발 대응, 전쟁 억제력, 핵 억제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미핵협의그룹(NCG)의 작전화와 핵·재래식 통합작전(CNI)의 가시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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