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AI 의심한 거 미안"… 삼성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 써보니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2 13:43

수정 2024.02.22 13:43

삼성전자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가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발견하자 스스로 흡입력을 높여 과자를 먹어치우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삼성전자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가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발견하자 스스로 흡입력을 높여 과자를 먹어치우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어? 카펫을 청소하니까 스스로 강도가 약해지네? 인공지능(AI)이 맞긴 맞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세계 최고 수준인 최대 310와트(W)의 흡입력과 AI 기능을 강화한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를 출시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선언한 삼성전자의 가전 제품에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대표 제품이다.

CES를 직접 다녀왔지만, 온디바이스 AI 가전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지는 않았다. 가전 제품에 탑재된 AI가 챗GPT처럼 똑똑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AI 스틱 청소기 리뷰를 맡았을 때 '이걸 내가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선보인 AI 무선 청소기를 써보니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엔 충분했다.

최근 바쁘다는 핑계로 집안 청소를 아내에게 미뤘지만, 리뷰 때문에 일주일 간 직접 청소기를 써보니 '이래서 AI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청소기를 조립하자마자, 정말 우연찮게 둘째 아이가 바닥에 과자를 떨어뜨렸다. 실험 정신이 발동해 떨어진 과자를 발뒤꿈치로 즈려밟아 가루를 냈다. 물론 등짝 스매시를 피하기 위해 아내와 딸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진짜다.

AI 모드로 맞춰놓은 청소기로 깨끗한 곳을 청소하다가 부서진 과자 부스러기 쪽으로 흡입구를 갖다 대자, 조용했던 청소기가 굉음을 내며 허겁지겁 과자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310W의 강력한 흡입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잘 먹는 모습에 기분도 절로 좋아졌다.

실험에 탄력을 받아 이번엔 카펫으로 이동했다. 먹는 게 아니어서였을까. 바닥에서 카펫으로 이동하자 1~2초간 최적화 시간을 거쳐 스스로 흡입력을 낮췄다. 기존 청소기로 카펫을 청소할 때는 카펫이 흡입구에 달라붙어 청소가 힘들었는데, 비스포크 제트 AI는 편안하게 청소가 가능했다.

벽면과 이어진 바닥이나 모서리 등 청소가 힘든 곳에서는 스스로 흡입 강도를 높이는 꼼꼼함도 보여줬다. 어쩌면 벽에 계속 부딪치는 게 싫어서 화가 났을 수도 있겠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 AI'를 쓰던 중 AI 기능보다 더 놀라웠던 머리카락 제거 기능. 브러시에 머리카락이 걸리지도 않고, 먼지통에 가득하던 머리카락(왼쪽)이 청정스테이션에 거치한 뒤(오른쪽) 한 올도 없이 사라졌다. 사진=김동호 기자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 AI'를 쓰던 중 AI 기능보다 더 놀라웠던 머리카락 제거 기능. 브러시에 머리카락이 걸리지도 않고, 먼지통에 가득하던 머리카락(왼쪽)이 청정스테이션에 거치한 뒤(오른쪽) 한 올도 없이 사라졌다. 사진=김동호 기자
AI는 바닥이 마루인지, 카펫인지, 매트인지를 스스로 판단해 흡입 강도를 조절했다. 구석과 모서리도 감지하는 것도 신기해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이번 신제품에 추가된 'AI 모드 2.0'기능이었다.

사실 제품을 사용하면서 AI 기능보다 더 놀라운 점은 '청정스테이션+'였다. 아내와 딸 둘을 포함해 여자 3명이 함께 사는 집인 만큼, 긴 머리카락과의 전쟁은 필자와 더불어 청소기의 숙명이다.

그런데 집안 청소를 끝내고 난 뒤 브러시를 살펴보니 걸려있는 머리카락이 없었다. 더 무서운 점은 '청정스테이션+'에 청소기를 거치하자 강력한 흡입 소리와 더불어 먼지통에 휘감겨있던 긴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이 사라졌다. 믿을 수 없고 신기해서 아내에게 보여주고 함께 놀라워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브러시 바닥 롤러의 틈새를 최소화하고 감기지 않도록 설계한 '안티탱글' 기술과 최대 회전 사이클론, 그리고 특허를 받은 '에어펄스' 기능 덕분이다.

고온수를 바닥에 뿌리며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고온 세척 브러시'도 만족스러웠다. 식탁 밑에 1원 동전 만한 크기의 커피 흘린 자국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닥은 따뜻한 온기와 더불어 뽀득뽀득함이 남아있었다. 커피 자국이 내 자리에 떨어져 있던 것도 실험 정신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함께 지워졌다.

다만 아직 AI가 더 공부해야 하는 부분도 발견했다. 벽 모서리를 청소할 때 흡입 강도를 스스로 조절했지만, 1~2초의 딜레이가 존재했다. 흡입력이 강해질만하면 벽에서 떨어지고, 약해지면 벽에 닿는 머피의 법칙이 발생했다. 이것도 사용자를 닮아가는 것 같았다.

AI가 작은 액정에서 수시로 최적화를 반복하며 열일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였을까. 일주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스포크 제트 AI는 온디바이스 AI를 믿지 못했던 생각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삼성전자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로 카펫을 청소하자 AI가 스스로 재질에 맞춰 최적화를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김동호 기자
삼성전자 '2024년형 비스포크 제트 AI'로 카펫을 청소하자 AI가 스스로 재질에 맞춰 최적화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