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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가계소득에 따른 대학의 계층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2 18:26

수정 2024.02.22 18:26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대학 서열화와 관련하여 가장 불편한 진실은 가계소득에 따라서 대학들이 계층화되어 고소득 가계 자녀와 저소득 가계 자녀가 다니는 대학들이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 재학생들을 분석한 연구(Chetty 외·2020·QJE)에 따르면 미국 최상위 엘리트 대학은 상위 1% 가계의 학생 비율이 14.5%로, 하위 50% 가계의 학생 비율인 13.5%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계층화에 대한 분석은 국가장학금 데이터를 활용하여 수행할 수 있다. 국가장학금 지원금액이 가계소득 분위에 연동되어 있어 대학별 국가장학금 데이터를 활용하면 대학별 재학생의 평균 소득을 유추할 수 있다. 필자가 국가장학금 데이터를 이용하여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가계소득에 따른 대학의 계층화가 강하게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좋은 대학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학들에서 등록금 총액 대비 국가장학금 비율이 매우 낮고, 국립대와 의과대학들에서 고소득 자녀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학 계층화는 대학 교육을 통해 사회 이동성이 오히려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육을 희망사다리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원인은 크게 다음 두 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로, 대학 입시가 고소득 가계 자녀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입시전형은 크게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논술, 정시로 분류되는데 이들 입시전형 중 정시와 논술은 학생부전형에 비해 소득에 대한 의존성이 높을 수 있다. 2019년 정시 확대가 권고된 서울 소재 16개 대학 중 12개 대학에서 데이터를 이용한 백광진 교수의 분석 결과(2028년 대입 개편 포럼 발표)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수혜율이 학생부종합과 학생부교과의 경우 40~50%인 데 비해 수능은 3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소득 가계 학생들이 학생부전형보다 수능을 통해 20%p 더 많이 진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시가 고소득 가계가 더 활용하는 입시전형이 된 것은 수능점수 향상이 사교육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 뿐 아니라 재수라는 선택이 고소득 가계에 더 용이하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재수생 비율이 강남권에서 매우 높다는 사실은 자주 지적됐다.

대학 계층화의 두 번째 주요 원인은 좋은 대학들의 등록금이 더 높고, 생활비가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대학들의 등록금이 더 높고, 수도권의 생활비가 더 높은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성격의 수도권 대학에 대한 접근성은 저소득 가계 자녀에게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상황에 따른 대학 교육 접근성의 불형평성을 완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국가장학금을 2012년 소득에 연동된 형태로 도입해서 현재는 매해 4조원을 지급할 만큼 그 규모가 커져 왔다.

필자는 대학 계층화 현상 완화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첫째로, 가계소득과 더욱 강하게 연계된 입시전형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2018년 이후 시행하고 있는 정시 확대정책을 폐기하고 학생부전형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로, 저소득 가계 자녀에게 실질적으로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하여 국가장학금 지원금액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250만원으로 되어 있는 1~3구간 가계 자녀에 대한 학기별 최대 지원금액을 등록금 전액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초중고 단계에서 학교에서 저소득 가계 자녀에게 미리 국가장학금 전액 지원을 약속하는 '지역 연계 학교-교육청 선정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제안하는 장학금 제도의 근본 취지는 초중고 단계에서 저소득 가계 자녀에게 희망사다리의 존재를 보다 명확히 함에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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