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2년째 폐지 중인 여성가족부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2 18:27

수정 2024.02.22 18:27

김현철 경제부 기자
김현철 경제부 기자
"폐지든 유지든 빨리 결정돼 불안해하지 않고 일에나 전념하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당시부터 여가부 직원들이 줄곧 하고 있는 얘기다. 벌써 2년이나 됐다.

이 기간 여가부는 방황했다. 곧 없애려는 곳에 국제행사를 맡겨놨으니 잘될 리 없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부터 김행 장관 후보자 낙마까지 아픈 일만 있었다.
계속되는 풍파를 맞으면서 직원들도 지쳐갔다.

이 와중에 수장마저 잃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여가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줄곧 '마지막 장관'을 자처해온 김현숙 장관의 사표가 지난 20일 수리됐다. 지난해 9월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5개월 만이다.

후임도 없다. 여가부는 신영숙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바뀐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처리가 불가능하자 '차관부처'로 무력화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뒤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강한 뜻인 셈이다. 애초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출신이자 인적자원 관리 전문가인 신 차관을 석 달 전 임명할 때부터 부처 폐지를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장관과 차관의 업무는 다르다. 부처 일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장관이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현안에 대처한다면 차관은 부처 내 직원관리나 전문분야의 일에 집중한다. 가뜩이나 부처 분위기가 흉흉한데, 외부 출신인 신 차관 혼자 업무를 감당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통령 공약이라도 존폐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부처를 장관 없이 운영하는 것이 정상인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의 대책도 필요하다. 야당은 여가부를 폐지할 의지가 없다.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뒤집지 못하면 여가부 직원들은 계속되는 존폐위기 속에 일할 동력을 상실할 것이 자명하다.

부처들 사이에서는 여가부의 업무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부처 간 협업을 할 때 여가부의 성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참에 여가부의 구조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젠더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등 폐지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여가부를 폐지해도 성평등과 여성인권 후퇴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공론화도 동반해야 한다.
부디 정부가 지난해 근로시간 개편 당시 논란을 잊지 않길 바란다.

honestly8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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