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노인용품 가격 부풀린 수입업자 '보험급여 63억 편취'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2 11:00

수정 2024.02.22 18:33

요양보험 재정 지원 제도 노려
원가보다 2배가량 높여 신고
덩달아 소비자도 고가에 구입
중국산 목욕의자 등 복지용구 수입가격을 고가로 조작해 거액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을 편취한 업자가 세관당국에 적발됐다.

관세청은 부산세관이 수입가격을 고가로 조작해 세관에 신고(관세법 위반)하고 해당 대금을 외국으로 송금한 뒤 환치기 등의 방법으로 국내로 밀반입(자금세탁·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한 A씨(40대)와 자금세탁을 도운 공범 B씨(50대)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수사 결과 A씨는 복지용구 수입업체를 운영하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악용할 목적으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37회에 걸쳐 중국산 목욕 의자, 성인용 보행기 등 총 10만개의 노인복지용구 수입가격을 실제가격보다 2배가량 허위로 부풀려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들이 구입하는 복지용구 물품 가격의 85%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를 악용한 사례다.

세관 당국은 부풀린 수입가격과 이를 바탕으로 산정된 유통비용을 근거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실제보다 높게 책정받음으로써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63억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A씨는 중국으로부터 복지용구를 수입하면서 홍콩에 페이퍼컴퍼니 P사를 설립해 P사를 통한 중계무역인 것처럼 가장했다.


A씨가 수입한 중국산 복지용구의 실제 수입가격은 56억원이지만 세관에는 실제가격보다 49억원이 높은 105억원으로 수입신고를 한 후 P사로 차액 49억원이 포함된 금액을 송금했고, P사는 중국의 수출업자에게 실제 가격인 56억원을 지급했다.
차액 49억원은 공범 B씨가 환치기 등을 통해 A씨 처, 자녀, 지인 등 20여개 계좌로 분산 반입하거나 한국에서 홍콩으로 산업안전용품 등을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자금세탁)해 국내로 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A씨가 복지용구의 수입가격을 높게 조작한 탓에 실제가격보다 약 2배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공받은 혐의업체 납품가격 등을 바탕으로 관세청이 수출입신고내역, 외환흐름 등을 분석해 수입가격 고가조작 혐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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