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흥국생명의 7연승을 저지한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이 선수들의 물벼락에도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너무나 기분 좋은 물벼락이었다"고 웃은 그는 "마지막 고비를 선수들이 넘어 승리했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관장은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흥국생명과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시즌 최다인 4연승의 정관장(3위)은 17승14패(승점 53)로 4위 GS칼텍스(승점 45)와의 격차를 8점까지 벌렸다. 선두 현대건설(승점 69)과 경쟁 중인 흥국생명은 2위(24승7패·승점 67)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고 감독의 말처럼 정관장에는 의미 있는 경기였다.
내리 1, 2세트를 따낸 정관장은 3세트도 리드하며 셧아웃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뒷심 부족으로 3세트를 내주며 흔들렸다. 4세트에서도 19-13까지 앞서다 21-21 동점을 내줬으나 결국 22-22에서 정호영의 속공과 상대 범실 등을 묶어 매치포인트에 도달했고 메가의 오픈 스파이크로 경기를 매조졌다.
만약 졌다면 정관장 입장에서는 최근의 좋았던 흐름이 무너질 수 있는 경기였으나 마지막에 선수들이 스스로 이를 극복해 냈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컸다.
고 감독은 "사실 오늘 흥국생명을 상대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며 "넘어갈 수 있는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냈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하던 고 감독은 울컥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이 자꾸 '울지마'라고 해서 울컥했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정말 고맙고 해냈다는 것이 대견하다"고 멋쩍어했다.
고희진 감독은 인터뷰를 마친 뒤 선수들에게 물세례를 맞았다. 경기 후 수훈 인터뷰를 사령탑이 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선수들이 달려들어 물을 뿌린 것도 매우 드문 장면이었다.
선수 시절 무수히 많은 우승을 통해 물세례를 했지만 감독이 되고 나서 이렇게 물벼락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진짜 이렇게 물을 맞은 적이 정말 처음"이라면서 "깜짝 놀랐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기분 좋은 물벼락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최근 4연승의 정관장은 2016-17시즌 이후 7년 만의 봄 배구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게임은 5경기다.
지난해 승점 1 차이로 아쉽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던 고 감독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