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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사기범에게 모두 속은 온라인 판매·구매자, 누가 잘못일까? [서초카페]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6 10:48

수정 2024.02.26 10:48

대법원 "판매자도 피해...구매자 손해와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온라인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피싱 사기범에게 속은 상태에서 금전 거래를 했다면, 판매자에게 과실 방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매자도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손실금을 받기 어렵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굴삭기 구매자 B씨가 판매 희망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 일부 패소한 원심을 지난달 25일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1월 인터넷에 굴삭기를 매물로 등록한 뒤 한 사기범의 전화를 받았다. 계좌번호와 인감증명서, 등록증원본, 이전 서류, 굴삭기 사진 등 정보를 보내주면 6400만원에 굴삭기를 구입하겠다는 통화였다.

그러나 사기범은 다른 한쪽에선 B씨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다.
A씨가 건네준 정보를 토대로 굴삭기를 540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B씨를 속였다.

실제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믿었던 B씨는 5400만원을 A씨 계좌로 송금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사기범은 A씨에게 “세금신고 문제가 있다”며 5000만원을 자신이 지정한 계좌로 다시 보내주면 나머지 대금까지 포함해 6100만원을 송금해 주겠다고 거짓말하는 수법을 썼다.

이미 5400만원을 받았고, 5000만원을 잠시 돌려주더라도 400만원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A씨는 이에 응했다.

A씨와 B씨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사기범이 5000만원을 갖고 완전히 잠적한 뒤였다. 대금은 준 B씨는 굴삭기를 요구했으나 대금을 다 받지 못하는 A씨는 차량을 인도할 수 없다고 다투다가 사건을 전말을 알게 됐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은 400만원만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A씨가 사기의 공범이 아니고 그 또한 간접 피해자라는 점을 참작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대해 사기범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은 점, 5000만원을 잠시 송금해달라는 이유를 세금 탈루로 짐작하고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근거로 1심의 400만원과 별도로 손해액 2000만원 추가 배상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매매가 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것이라는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데도, 오히려 A씨는 ‘세금 탈루’로 착각해 사기에 협조한 사실이 있다”며 “과실 방조행위와 B씨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A씨도 피해자로 볼 수 있고, 어떤 대가도 받지 않았으며, 피싱 범행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씨에게 사기범의 불법행위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거나 A씨 행위와 불법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은 과실 방조의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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