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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들키면 연금 깎여"...빈곤 피해 '사각지대' 발 딛는 노인들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1 08:00

수정 2024.03.01 08:00

'노인일자리' 2조원 투입하는데..."소득 있으면 연금 깎여"
기준금액도 빡빡...하위 70% 소득과 큰 차이 없어
계약서도 안쓰는 '초단기 일자리' 노인 차지
노년층 '삶의 만족도' 최하위...감액제도 완화 제언

"취업 들키면 연금 깎여"...빈곤 피해 '사각지대' 발 딛는 노인들

[파이낸셜뉴스] 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지나서도 여전히 소득을 올리는 노령층의 연금이 지난해에만 2168억원 가량 감액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노년층은 여전히 '돈벌이'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평균 수명 82.7세를 기준으로 약 20년간 경제활동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해서다. 감액을 감당할 수 없는 노인들은 손쉽게 법적 책임과 보호를 모두 포기하는 '사각지대'로 몰리는 중이다.

1일 기준 복지부가 투입하는 일자리 사업 관련 재원은 3조4446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59%에 달하는 2조원 가량이 '노인일자리'에 투입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노인 일자리를 88만3000개에서 103만개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체 일자리 사업의 97%를 채용하고 빠르게 소득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득 초과'를 이유로 연금을 깎인 노인은 지난해에만 11만명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쪽에서는 일자리를 주고, 다른 쪽에서는 취업 후 소득을 이유로 연금을 깎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월 286만1091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발생할 경우 노령연금의 일정 부분을 깎아 지급했다. 1구간인 '100만원 미만' 초과할 경우 5%를 깎는다. 초과 소득이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2구간)이면 5만~15만원 미만 ,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3구간)이면 15만~3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4구간)이면 30만~50만원 미만을 삭감하게 된다.

4구간을 기준으로 월 700만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 50만원 정도의 차감이 발생하는 셈이다. 큰 금액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노령연금의 액수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비율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하위 70%' 기준은 월 소득인정액 213만원 이하다. 연금이 깎이기 시작하는 286만1091원과 약 70만원 수준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 62만 원으로, 1인당 최소 노후생활비인 월 124만 3000원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노인들이 삭감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미 노인들은 임금근로 일자리 비중에서 20대 이하 청년(15.6%)을 상회하는 17%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청년층 일자리가 지난해 3·4분기 8만개 줄어드는 동안 60대 이상 노년층 일자리는 26만9000개 늘어났다.

소득 사실을 숨길 수 있는 초단기 일자리 등 역시 대부분 노인의 차지다. 초단시간 노동자 대부분 60대 이상이 79만명(42.7%)으로 2004년(5만 4000명, 7.1%)에 비해 6배 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5명 중 1명 정도(23.7%)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적인 소득을 위해 법적 보호를 포기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5월 급속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급변 상황을 반영해 노후 소득으로 인해 연금을 깎는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통계개발원이 전날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20년~2021년) 노년층 중 삶에 만족하는 이들은 29.9%에 그쳤다. 아동·청소년(56.6%), 청년(41.8%), 중장년(38.0%) 등을 포함한 전 연령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반대로 전반적인 삶에 '불만족'한 비율은 19.4%로 전 연령 중 가장 컸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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