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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원광대병원에 내걸린 '의사 비판 게시물'…의료계 내부 갈등 보여

강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7 08:53

수정 2024.02.27 08:53

지난 26일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병원 본관 로비에 환자와 보호자 등 방문객이 오가는 모습. 사진=강인 기자
지난 26일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병원 본관 로비에 환자와 보호자 등 방문객이 오가는 모습. 사진=강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익산=강인 기자】 정부 의대 증원 확대 방침을 두고 전국이 시끄러운 가운데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 집단 사직과 의대생들 휴학 사태가 이어지며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비우면서 의료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수술과 진료 일정이 미뤄지며 전국에서 환자와 간병인, 의료종사자 등이 볼멘소리를 쏟고 있다.

전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건 익산에 있는 원광대병원이다. 전공의 집단행동 시작과 동시에 전북에서 가장 먼저 사직 행렬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당초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을 뿐 아직 사직 처리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모두 사직 뜻을 밝힌 터라 차후에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26일 오전 전북지역에서 사태의 중심에 있는 원광대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오가고 있었다. 병원 입구를 들어서며 저마다 자신이 가야 할 진료실과 병동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모습이다. 본관 접수처와 원무과 앞에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방문객이 가득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은 없었다.

지난 26일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응급이송차량 기사가 침상을 옮기고 있다. 사진=강인 기자
지난 26일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응급이송차량 기사가 침상을 옮기고 있다. 사진=강인 기자


가장 많이 우려되는 응급실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응급이송 차량이 환자를 태우고 드나들 때 급박한 장면이 보이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응급실 모습이었다. 의사가 없어 발을 동동 거리는 긴박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병원 내부에서도 일부 진료나 수술이 미뤄지는 차질이 있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직은 의료 현장에 남아 환자를 돌보는 전공의가 다수 있었다.

강대강으로 맞서는 상황과 달리 병원 인근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현수막이나 시위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특이하게 눈에 띈 건 병원 내부 보건의료노조 게시판에 의사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게시물이었다.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다.

내용이 의사 집단행동을 맹비난하는 것이고, 원광대병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해당 게시물에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중단한다고 한다. 예약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입원 날짜가 미뤄지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라며 '의대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중단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비윤리적 행위이자 반의료 행위로서 의사 윤리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보건의료노조는 '돈보다 생명을' 실현하기 위해 언제나 국민 편에서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비판한 것이다.

이날 의료 공백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원광대병원을 찾았다. 점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6일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병원 내부 게시판에 붙은 의사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게시물. 사진=강인 기자
지난 26일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병원 내부 게시판에 붙은 의사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게시물. 사진=강인 기자


원광대병원 관계자는 "일부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건 맞지만 전원이 낸 것은 아니다. 다만 (의대 증원) 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사직의 뜻을 밝힌 건 사실"이라며 "일부 전공의들은 병원에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다.
수술이나 진료에 다소 차질이 있는 건 맞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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