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변호사들이 판사 증원 절박히 외치는 이유[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최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6 16:26

수정 2024.02.26 16:26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A씨는 친구 B씨가 "1500만원을 빌려주면 6개월 안에 갚겠다"고 흔쾌히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B씨는 돈을 갚지 않고 "조만간 갚겠다"며 둘러댔다. 참다 못한 A씨는 B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계좌 이체 내역과 차용증 등 A씨 입장에선 B씨의 혐의가 명백했다. 민사재판이 시작됐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1심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런 재판이 왜 이리 오래 걸리느냐"면서 "돈 받으려다 변호사 비용이 더 들겠다"고 토로했다. 재판 지연 사례중 하나다. 조희대 대법관도 취임 일성으로 재판 지연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어느정도 심각한 상황일까.

민사 1심이 1년 넘게 걸려
대법원 사법연감에 나온 재판 기간에 대한 통계는 충격적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합의사건 1심 판결이 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18년 297.1일에서 2022년 420.1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형사합의 1심(불구속 기준)의 평균 처리 기간도 159.6일에서 223.7일로 길어졌다. 1심 판결까지 재판에 걸리는 시간은 하세월이다.

A씨 사례처럼 빌려준 돈을 안갚아서 소송을 거는 사건은 '소액 대여금 사건'으로 불린다. 이런 사건도 6개월 이상 걸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변호사들도 곤혹스럽다. 의뢰인이 담당 변호사에게 불만을 드러내고, 재판부에 대한 불평도 털어놓는다. 일각에서는 판사들이 과거와 달리 일을 열심하지 않고 이른바 ‘워라벨’을 챙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판사들에게 억울할 수 있다. 여전히 야근하거나 집에서도 업무 처리하는 판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의사 수 못지않게 판사 수 증원도 시급해
법무부는 판사 정원을 늘리는 내용의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판사정원법에 따르면 각급 법원 판사의 수는 3214명이다. 이러한 판사 인력 부족은 오래 전부터 지적됐으나 크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 독일은 판사 수가 2만3800명 수준이고 프랑스는 7400여명이다.
우리나라 판사 1명이 1년 간 맡는 사건 수는 300~400건에 달하는데, 이는 독일의 5배라고 한다. 법조계에선 의대 정원 확대 못지않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소송 건 수를 고려해 적정한 판사 수의 증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쟁점이 간단한 사건인 경우에는 민사소송법상 판결 선고 기한을 반드시 지키도록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제도적 지원도 해야 한다는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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