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의 매력은 이야기하듯이 펼쳐내는 음악, 주제를 절묘하게 담아낸 무대, 선명하게 빌드업되는 캐릭터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방대한 원작 소설의 서사를 뮤지컬의 형식으로 단단하게 담아낸 구성이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25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뮤지컬에서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장발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압축해 3시간의 공연으로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비극에 이르게 되는 판틴의 죽음, 자기 대신에 처형받게 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판틴의 딸인 코제트를 평생 동안 지키며 살아간다. 이야기는 죄수였던 장발장이 평생의 고난과 역경을 통해 어떻게 이타적인 인간으로 변화해가는지를 일관성있게 보여준다.
이 방대한 서사의 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 뮤지컬의 방식으로 담아내는 구성이 놀랍다. 각 인물들은 고유의 넘버들을 통해 캐릭터를 선명하게 구축한다.
가장 백미는 너무나도 유명한 'One day more'인데 혁명의 전날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들을 한 넘버 안에 절묘하게 압축해 놓았다. 원작의 방대한 서사는 음악을 통해 상징을 만들면서 압축되고, 변주를 통해 의미를 증폭시킨다.
마치 뮤지컬의 교과서처럼 다양한 기법을 통해 방대한 서사를 한 편의 공연으로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뮤지컬의 묘미이며, 이 과정에서 주제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명작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생 장발장을 쫓았던 자베르가 결국 장발장을 놓아주고 스스로의 혼돈에 빠져 자살하는 장면에서 '인간은 변할 수 있다'는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장발장의 이야기를 프랑스혁명의 이야기와 결합해 감동과 메시지를 증폭시켜주고 있다. 역시 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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