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알파고의 추억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6 18:34

수정 2024.02.26 18:34

김경수 전국부장
김경수 전국부장
벌써 8년 전 일이다. 지난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국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세기의 사건 이야기다. 인간과 AI 간의 사상 초유 두뇌대결이라는 '빅쇼'였기에 전 세계 미디어들의 조명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가까운 미래에 AI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도 당시에 쏟아졌다.

알파고의 기억이 점차 가물가물해질 무렵, 전 인류는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인간의 고유영역인 창작 분야까지 AI에 넘겨주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변화의 분석 결과가 충격적이라고 최근 진단까지 내놨다.


전 세계 채용의 약 40%가 AI의 영향을 받게 되며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 경제권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는 단순노동직보다 두뇌를 사용하는 전문직 일자리를 대거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에 비해 선진 경제권이 더 큰 AI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의사, 교사, 변호사, 통역사, 공무원 등 소위 전문직 주요 일자리 분야에서 이 같은 조짐은 벌써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은 외국인과 통화 중에 바로바로 통역된 대화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AI 기술이 동시통역사 역할까지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AI 공무원'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 또한 우리나라에서 시작된다. 행정안전부는 AI를 활용한 행정서비스를 이르면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AI를 활용해 행사계획서, 보도자료, 연설문 등 각종 문서 초안을 만들고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AI 공무원을 도입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대국민 홍보를 하겠다는 취지다. 전 세계적으로도 AI를 활용한 행정서비스 도입은 거의 드물어 성공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래에 'AI 의사'들과 경쟁할 날도 멀지 않았다. 최근 의료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전면 도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래에는 AI와 화면으로 의료상담을 하고 처방만 약국에서 받는 길도 생길 수 있다.

법조인들은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법률과 판례를 적용할 때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특정 사건에 적용되는 법조문과 판례들을 찾아달라고 'AI 법관'에게 요청하면 쉽게 재판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일반 시민도 법률 사건을 AI에게 이야기하고 '고소장을 써줘'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래에 자동화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영역은 행정·법률 관련 업무라고 내다봤다. 행정과 법률 분야에서 각각 46%, 44%씩 AI로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종사자 및 의료기술 업무도 28%가량에 AI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생성형 AI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액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본 투자계의 '큰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3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AI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AI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생성형 AI에 대한 부푼 꿈과 함께 잠재적 오용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AI를 활용해 제작한 가짜뉴스나 딥페이크가 문제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테일러 스위프트 등 해외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통령의 딥페이크 영상도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멀지 않은 미래에 세대 간, 계층 간의 AI 격차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AI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와 관련된 생산성 증대로 인해 기업 수익성은 향상되는데 근로자 임금은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 챗GPT에 이어 새로운 초인류 AI 시대 도래를 앞두고 전 인류의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rain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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