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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사가 많으면 고통이 연장된다"는 의사의 궤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7 18:06

수정 2024.02.27 18:06

구독자 20만 의사 유튜버 황당 주장
尹 대통령 "의료 개혁은 타협 안 돼"
2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자리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2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자리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유튜버로 활동하는 한 의사가 최근 "의사가 많아지면 고통스러운 삶이 연장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서다. 20여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 의사는 지난 22일 올린 '의사 유튜버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의사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은 인간이 어떻게 늙어서 어떻게 죽어가는지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년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건 의사가 아니다. 간병인이다"라고 주장했다.


의사로 추정되는 또 다른 인물은 "원래 죽을병에 걸려서 죽는 건 노화처럼 자연의 이치"라며 "죽을병에 걸려서 죽을 운명인 사람을 (의사가) 살려주면 고마운 것이지, 살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살인이냐"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의사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은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이 발언들은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 정도가 아닌 폭언 중의 폭언이다. 의사의 본분이 뭔가. 노인이든 어린이든 환자를 치료하고 목숨을 살리는 것 아닌가.

노인은 의사의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나, 노인이 치료를 받아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고통이라는 주장에 누가 동의하겠는가. 참으로 황당무계할 따름이며 국민적 공분을 부를 궤변이다. 그 의사 자신이 노인이 되어 질병에 걸렸을 때 의사의 조력을 받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간병인의 도움만 받으며 죽음을 기다릴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런 막말을 보면 의사들이 왜 집단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 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밥그릇 투쟁에 빠져 생명,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시하는 그들의 본색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어떠한 설명도 이젠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결국 돈 앞에서 사람의 목숨마저 저버리고 있는 의사들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병원에서 신음하는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병원을 뛰쳐나갈 수는 없다. 대전에서 80대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을 정부가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의사들의 병원 이탈과 연관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27일로 전국 99개 병원의 전공의 80%가 사직하고 전국 의대생 70%가 휴학을 신청하는 등 집단행동은 수그러들 조짐이 없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의사나 학생이나 똘똘 뭉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의사가 모자라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횟수가 50%나 줄었다고 한다. 집계가 되진 않지만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의사는 환자들의 목숨을 볼모로 잡는 집단행동만큼은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본업이 목숨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의 환자를 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며 협상을 요구하는 극악무도한 패거리들과 뭐가 다른가.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의료개혁은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우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사들의 공백을 메워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들을 설득해 일단 병원으로 복귀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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