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중국 플랫폼 공습 '방어막' 쳐라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7 18:07

수정 2024.02.27 18:07

이정화 생활경제부 기자
이정화 생활경제부 기자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주인공 강지원은 일류대학을 나올 정도로 똑똑하고 일에도 의욕적이지만, 정작 결혼 문제에선 최악의 선택을 피하지 못했다. '반쪽'이라고 시시때때로 강조하지만 정작 강지원의 인생을 두 쪽 나게 만드는 절친한 친구는 내 남편과 바람이 나고, 시어머니는 위암 4기라고 하는데도 회사를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다니라고 한다. 간과 쓸개를 다 빼줄 것처럼 달콤한 말로 미래를 약속하던 남자친구이자 남편인 박민환을 '인생에 끌어들이지만 않았더라면' 피해 갈 수 있었던 불행이기도 하다.

비현실적으로 불행해 보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 드라마가 강지원의 선택을 만회하는 방법으로 택한 방식은 드라마 안에서도 가장 드라마적이다. 이 모든 선택을 되돌릴 수 있는 순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이미 다 벌인 일을 원상복구시키는 방법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니, 말 그대로 비현실적인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현실의 업계에 빗대기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에서 내세우는 가격도 드라마 못지않게 비현실적이다.

'공습' '비상대책' '공멸' 등 살벌한 단어가 따라붙을 정도로 중국 플랫폼들은 무시무시한 초(超)초저가 전략을 펴고 있다. 자동차 룸미러에 매다는 귀여운 피규어가 500원, 가정용 다리미가 1300원 하는 식으로 하염없이 스크롤을 넘기다 보면 테무가 내세우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는 기분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 비현실적인 전략을 펴는 존재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해 미국은 벌써부터 대응에 나섰다.

의회에서는 수입금지 등 규제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테무 등은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위반 여부 조사도 받고 있다. 그만큼 중국 플랫폼의 공세가 위협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의 대응은 이보다는 한발 늦어 보인다. 최근 정부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과 함께 해외 플랫폼의 국내 진출에 따른 영향에 대해 한 차례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이보다는 더 현실적이고 실체 있는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벌어지고, 깨지고, 부서진 자리에 드라마 같은 '원상복구를 위한 회귀'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cle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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