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여태 선거구도 확정 못한 여야, 유권자 우롱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7 18:07

수정 2024.02.27 18:07

총선 42일 앞인데 밥그릇 싸움 빠져
선거법 고쳐 획정시한 명확히 해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뉴스1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뉴스1
총선이 42일 앞인데 여야가 선거구조차 획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당 이익만 따지며 남 탓만 하고 있다. 이미 행정절차상 데드라인인 26일도 지났고, 27일에도 합의에 실패했다. 유권자를 우롱해도 이런 우롱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원안을 놓고 여야는 의석수 유불리를 따지며 오락가락했다. 밀고 당기기를 하며 절충하는가 싶더니 인구비례를 벗어난 위헌 소지에 뒤늦게 "불공정하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앞서 획정위는 인구변화를 반영해 서울·전북에서 1석씩 줄이고 인천·경기에서 1석씩 늘리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양당이 각자의 텃밭인 부산과 전북 의석수를 줄이지 않겠다고 맞섰다.


이날 국민의힘은 절충안으로 야당의 텃밭인 전북 의석수 10석을 현행대로 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수를 47석에서 1석 줄이자고 제안했다. 의원을 1명 늘리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의원정수 301석' 중재안은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획정위 원안은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적 안"이라며 여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획정위 안을 받든가 수정안을 내놓든가 둘 중 하나를 빨리 정하라고 요구했다.

획정위 원안대로면 강원도에는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가, 경기 북부에는 포천·연천·가평 선거구가 생긴다. 각각 서울 면적의 8배, 4배에 이르는 '공룡' 선거구다. 이렇게 되면 서울 종로, 강원 춘천 등 8개 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조건의 4개 특례구역 합의안도 무산된다. 양당 모두 말로는 29일까지 매듭짓겠다고 한다. 실패하면 다음달 초 선거구 획정을 위해 본회의를 다시 열어야 할 판이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 기본책무다. 총선이 코앞인데 이러고 있으니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총선 39일 전에야 합의한 20대 국회 기록을 21대가 깰 판이다. 법정 획정기한은 선거일 1년 전이다. 십분 양보해도 총선 일정이 본격화하는 지난해 11월 12일 국외부재자신고 개시일 이전엔 확정됐어야 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여야의 밥그릇 싸움에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쪽은 유권자와 신인 입후보들이다. 신인 정치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유권자들은 후보자를 검증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결국 선거구 획정 직무유기가 거대 양당 정치인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회기를 더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구태정치가 심화하는 것을 보면 정치 선진화는 아직도 요원한 구호로만 들린다.
여야가 기득권을 지킬 이해득실만 따지고 유권자는 안중에 없으니 정치가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겠나. 선거구 획정을 더 이상 의원들 손에 맡길 수 없다. 여야는 1회에 한해 획정위에 재획정을 요구할 수 있는 선거법 단서조항을 악용하고 있다.
적어도 총선 60일 전에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물론 선거구 획정시한을 명확히 규정해 자동으로 이행되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