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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정책 모두 무방비...내년 출산율 0.65명”...판 뒤집을 대책 필요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8 14:28

수정 2024.02.28 15:05

국가소멸론 확산…인구 거버넌스, 예산 모두 미흡
尹대통령 국정 최우선 과제…차원 다른 대책 내놔야
비어 있는 신생아실 요람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 0.7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고, 전 세계에서 홍콩(0.77 명)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꼴찌에서 2번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50년가량 지난 2072년에는 작년말 말 기준 5천144만명이던 인구가 3천62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중
비어 있는 신생아실 요람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대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 0.7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고, 전 세계에서 홍콩(0.77 명)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꼴찌에서 2번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50년가량 지난 2072년에는 작년말 말 기준 5천144만명이던 인구가 3천62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중위 연령(전체 인구 중 중간 연령)은 63.4세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환갑을 넘는 '노인 국가'가 된다. 2023.12.26 ondol@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예상한 중위 기준 0.72명이었다.

최악으로 상정됐던 0.71명보다 나았지만 지난해 4·4분기 기준으론 0.65명까지 추락했다. 사실상 출산율 쇼크다. 인구 구조가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전조다.

인구 위기가 가중되고 있지만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예정됐던 저출생 극복 관련 대통령 주재 회의는 일정 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차원이 다른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냄비 속 개구리'…반전은 없었다


28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2022년 대비 0.06명 낮아졌다. 0.72명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기준 예상 경로다. 다만 예상범위지만 2년만에 수정했다는 게 핵심이다. 2020년 추계는 출산율이 2024년 0.70명을 바닥으로 반등한다고 예견했다. 하지만 2022년 추계는 바닥을 2025년으로 늦췄다. 그리고 0.65명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인구 상황이 급속도록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4·4분기 출산율이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온 것이 방증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 0.70명은 2세대가 지나면 인구가 4분의 1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사회가 소멸 수순에 접어든다는 예고다.

실제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경고하는 수사도 넘쳐난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1호 인구소멸국가'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한 저명한 인구학자는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는 멘트를 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노동 시장이나 국가 재정뿐 아니라 교육, 국방, 의료 등 사회 전반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분야별 해법 마련의 필요성과 시급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보다 34.75% 줄어들면서 한국의 2050년 국내총생산(GDP)은 28.38%나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뤄지는 '특단의 대책' 발표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사회 곳곳에서 경고음이 켜지고 있지만, 다른 차원의 대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해 12월14일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위기'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2달 반이 지나도록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가정양립지원정책을 올해 초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오면 기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정하면서 저출산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정부는 출범 2년이 가까워지는데도 아직까지 제4차 기본계획(2021~2025년)의 수정판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저고위는 최근 실무를 총괄하는 부위원장의 교체로 재정비 중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극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저고위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인구정책 거버넌스(정책결정구조)의 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어서다. 인구 특임장관 도입, 인구 전담 부처 신설, 복지부 장관의 인구 부총리 격상 등이 연장선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장관급 비상근직인 저고위 부위원장을 상근직 부총리급으로 상향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장관급 부위원장으론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고 부처간 합의를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저고위가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거버넌스 개편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정책, 재원 마련이 최대 난관


저출산 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으로는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구체화된 것은 많지 않다.

저고위는 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해 현재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의 월 상한액을 최저임금(내년 206만740원) 혹은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예 일정 기간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이와 함께 아동수당 지급 기한을 만 17세까지 늘리면서 급여액도 둘째아나 셋째아 이상에 각각 15만원과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난임 지원을 더 넓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소득 기준을 폐지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을 확대했는데, 난자 동결 혹은 해동 비용도 전향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쏟아지지만 모두 예산문제와 연결된다.

이에따라 획기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큰 규모의 재원 투입이 불가피해 목적세 신설 등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저고위는 육아휴직 확대 등 저출산 대책에 11조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주요 재원인 내국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끌어다 쓰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낳았다.

'부모보험' 같은 사회보험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국민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을 꺼내야 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991년 폐지된 방위세 처럼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목적세를 신설하는 등의 형태로 확실한 재원 마련 방안을 마련하고 거버넌스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며 "저출산 문제는 이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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