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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숯·활성탄 독보적 기술로 종합 탄소소재 기업 도약" [로컬 포커스 강소기업 CEO를 만나다]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8 18:12

수정 2024.02.28 18:12

충북 음성 고체연료·활성탄 제조기업 ㈜카본텍 차제우 회장
야자열매 부산물 활용한 야자숯
석탄공사 도움받아 국내 첫 개발
전국 숯불구이식당 필수품 돼
활성탄 제조·가공기술력도 탁월
원자력硏·KT&G 등에 제품공급
최근 활성탄 재료 숯 생산 나서
"친환경 숯가마로 메탄문제 해결"
차제우 카본텍 회장이 야자 성형숯 생산라인에서 숯 생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카본텍 제공
차제우 카본텍 회장이 야자 성형숯 생산라인에서 숯 생산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카본텍 제공
【파이낸셜뉴스 음성(충북)=김원준 기자】 "바이오 에너지와 청정 환경관리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토털 탄소소재 기업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충북 음성의 고체연료 및 활성탄 제조 전문업체인 ㈜카본텍 차제우 회장. 그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야자 성형 숯과 굴지의 대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는 고성능 활성탄 등 자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 버려지는 야자숯 가공 부산물을 들여와 재가공하는 만큼 친환경 제품인데다 상대적으로 값도 싼 원료여서 수입대체 효과가 크다는 믿음때문이다.

차 회장은 "카본텍이 개발한 야자 성형숯은 야자열매 부산물을 활용한 자원순환형 청정에너지 제품"이라면서 "국내 임산 부산물을 활용해 만드는 활성탄도 수입에 의존하던 산업용 활성탄을 국내산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시행착오끝 식당 필수품 야자숯 탄생

차 회장이 카본텍을 설립한 때는 지난 1999년. 한 언론사 사업 부서에서 일하던 차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내화벽돌 공장을 인수한 뒤 생산라인을 개조, 고체연료 제조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차 회장이 사업 아이템으로 착안한 것은 지인에게 전해 들었던 야자열매 부산물. 쓸모없이 버려지는 야자 부산물로 고체연료 형태의 야자 착화탄을 만들면 가격과 성능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야자 착화탄 개발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품 개발과정에서 공장에는 모두 30여 차례의 화재가 발생했다. 원료 배합과 건조과정에서 설비가 과열되면서 실패가 반복됐던 것. 수 십차례 시행착오를 겪던 차 회장은 야자 착화탄 개발에 나선지 꼭 3년 만에 대한석탄공사 연구소의 기술 도움을 받아 제품개발을 마쳤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카본텍의 주력 제품인 숯불구이용 '야자 성형숯'이다. 쉽게 불이붙는 것은 물론,일반 숯보다 두 배 이상 오래 타고 관리가 편해 지금은 전국 요식업소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단숨에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제품 판매 초기에는 성형숯의 성능 저하로 반품 사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번개탄이나 나무숯에 비해 30% 이상 비싼 가격도 제품 공급에 걸림돌이됐다. 차 회장은 "성형숯 제조 초기 지나치게 고온에서 건조하다보니 안쪽이 제대로 마르지 않아 며칠 뒤 불이 붙지않는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건조하는 방법으로 바꾸면서 제품이 제 성능을 발휘했다"고 회고했다. 국내 전체 숯 시장은 총 2000억원 규모. 이 가운데 성형숯 시장은 전체 숯 시장의 10% 정도인 200억원 규모로, 카본텍은 이 중 60%인 120억원 어치를 공급하고 있다.

■고품질 활성탄, 대기업 공급

국내 최초로 야자 성형숯 시대를 연 카본텍은 2016년 7월 활성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성형숯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카본텍은 이 즈음 활성탄 제조설비를 완공하고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바이오에너지 및 환경기술연구소도 설립하며 연구·개발(R&D)에도 박차를 가했다. 카본텍은 앞서 2011년부터 산·학·연이 함께하는 충북대학교 활성탄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등 활성탄 제조기반을 착실히 다진 상태였다.

활성탄은 숯에 고온의 증기를 가하거나 약품처리해 만든 흡착성이 강하고 표면적이 큰 탄소물질. 주로 가스정제나 탈취, 용액정제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된다. 그만큼 시장성이 넓은 편이다.

카본텍의 활성탄 시장 진출은 그대로 적중했다. 활성탄 가공을 시작한 2016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특허기술 실시계약을 맺고 확보한 기술을 통해 방사선 폐수정화 및 다공성 무기성형체를 제조, 원자력연구원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일부 업체의 독점 구조를 깨고 담배필터용 활성탄을 KT&G에 공급하고 있다. 담배필터용 활성탄은 식품첨가물로 분류돼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난 2021년부터는 현대자동차에 장착되는 활성탄 필터 납품을 성사시켰으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도 가스정화용 활성탄을 공급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활성탄 매출은 매년 평균 20%씩 신장되고 있다. 외식 시장이 위축되면서 감소세로 접어든 성형숯 매출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차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성형숯 매출은 반으로 줄고 활성탄 매출이 상승세에 있다"면서 "최근에는 활성탄 매출이 야자숯을 넘어 6대 4 비율로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숯가마로 숯 공정 변화 예고

활성탄에 이은 카본텍의 다음 먹거리는 숯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숯은 고체연료와 활성탄의 재료가 되는 것은 물론, 비료 및 사료 혼합물 등으로도 활용된다. 숯 생산을 위해 차 회장은 우크라이나 업체와 독점 계약을 맺고 지난해 1월 메탄회수형 친환경 이동식 숯가마인 '에코투(EKKO-2)' 5대를 국내 최초로 들여왔다.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가 발생하기 마련. 이 때문에 최근 숯 공장이 위치한 일부 지역에서는 대기 오염원을 놓고 주민과 업체 간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에코투는 나무를 태울 때 발생하는 메탄 등 유해가스를 회수해 다시 연소시키는 원리가 적용됐다. 나무가 탈 때 나오는 메탄을 목재 열가공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숯가마가 내뿜는 유해가스로 인한 환경·사회적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차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에코투는 전통방식의 숯 생산업체가 고민하는 유해가스 배출 문제 해결 대안을 제시했다"면서 "나무를 탄화시키면서 나오는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메탄가스 등을 화로에서 재연소시켜 대기 오염을 차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에코투가 국내 숯 제조 공정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고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에코투에 대한 국내 특허등록도 마친 상태다. 차 회장은 에코투 설비를 순차로 100대까지 늘려 전국에 권역별로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설비가 모두 가동될 경우 연간 2000억원 규모인 수입산 숯 수요의 절반 가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대당 연간 최대 480t 규모로 추산되는 에코투의 메탄저감 효과로, 이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도 획득할 수 있다.


차 회장은 "친환경 숯가마를 통해 폐목재 활용과 탄소배출권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면서 "숯은 활성탄 등의 원료가 되는 만큼 숯 생산을 계기로 종합 탄소소재 제조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wj579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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