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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러' 황선홍의 고민… 월드컵·올림픽 처방전 어찌 쓸까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8 18:18

수정 2024.02.28 19:43

'파파' 박항서 제치고 감독 임명
축협 "항저우AG 경험 높이 사"
대표팀 예선·U23 아시안컵 코앞
팬들 등돌린 이강인 활용 숙제
황선홍 감독 / 사진=연합뉴스
황선홍 감독 / 사진=연합뉴스

만신창이가 된 한국 축구의 키를 잡아줄 선장이 황선홍 감독으로 결정됐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7일 오후 제3차 회의를 열어 3월 A매치 기간 대표팀을 지휘할 임시 사령탑으로 황선홍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축구협회 소속 지휘자이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최근 성과도 보여줬으며 국제대회 경험, 아시아 축구 이해도를 갖췄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황 감독은 3월 A매치 기간(18∼26일) 치러지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21·26일) 2연전에서 태극전사들을 지휘한다.

한 지도자가 정식 감독으로 공히 U-23 대표팀과 A대표팀을 지휘하는 사례가 다른 나라에 꽤 있기도 하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A대표팀 감독과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A대표팀 감독이 과거 수년 동안 U-23 감독직을 겸임했다.
한국에서도 과거 허정무 감독이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A대표팀 감독(1999년 1월∼2000년 9월), 핌 베어백 감독이 도하 아시안게임·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감독(2006년 7월∼2007년 8월)을 겸임한 바 있다.

다만, 박항서 감독 부임설이 크게 나돈 것은 U-23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큰 과제를 앞두고 있어서였다.

황 감독은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치러야 한다. 한국 남자 축구는 지금까지 본선에 9회 연속 진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본선행이 어려워 보인다.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한 조에 속해 조 2위까지 올라가는 8강 토너먼트 진출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3월 A매치 기간 U-23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친선대회를 통해 예선 통과를 위한 마지막 실전 담금질을 한다. 그런데 황 감독이 이 기간 A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 U-23 대표팀은 '황 감독 없이' 기존 코치진이 이끈다.

만에 하나 황 감독이 태국과 2연전에서 '삐끗'해 월드컵 본선 진출이 어려워지거나, 카타르에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낭보를 전해오지 못한다면, 축구협회에는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수밖에 없게 됐다.

정해성 위원장은 27일 황 감독의 A대표팀 임시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제가 위원장으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황 감독은 A대표팀 구성을 놓고도 고민스러운 작업에 나서야 한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졸전에 더해 선수들 사이 불화가 끝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 '탁구 게이트' 사건 등으로 대표팀 이미지는 크게 추락한 상태다. 따라서 이강인을 3월 A매치에 소집할지부터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강인은 손흥민과의 '물리적 충돌' 이후 팬들의 강력한 질타를 받으면서 '막내형'에서 '버릇없는 막내'로 위상이 추락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지난 21일 화해의 장면을 연출했다. 둘 사이의 마찰은 봉합됐지만 여전히 팬들이 이강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 때문에 3월 11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18일부터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황 감독의 심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강인을 선택해도, 배제해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황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지휘하며 누구보다 '이강인 활용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여서 더욱 선택 과정이 곤혹스러울 수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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