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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청년 비례대표 할당제 도입하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8 18:29

수정 2024.02.28 18:29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50일도 남지 않았다. 선거는 국민을 대신하여 일할 '대행자'를 뽑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21대 국회가 보여준 모습들은 우리가 '대행자'를 잘 뽑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태를 반복했고, 나아진 것이 없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과시하고 싶은 욕망,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니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볼 때 그나마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한 정치인들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 개혁신당의 류호정 전 의원 등이다.
굳이 나이를 기준으로 나누고 싶지는 않지만, 공교롭게도 여야를 떠나 모두 젊은 정치인들이었다. 젊어서일까. 처음이어서일까. 그들의 행보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당론과 다르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냈다. 그런 모습이 신선했다. 청년 정치인들의 활약에 힘입은 영향인지 이번 선거에는 청년들이 정치에 많이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청년 정치인의 비율은 특히 낮다. 청년 유권자 수 대비 의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40세 미만 유권자의 비율은 33.8%이지만 당선된 청년 국회의원 수는 4.3%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공천에 총 847명이 신청했는데 이 중 만 45세 미만은 80명이었다. 전체의 9.45%이다. 공천율과 당선율은 이보다 훨씬 저조할 것이다.

청년 정치인 확대를 위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 정치는 진입하려는 사람이 많아 그런지, 계파정치 탓인지 문턱이 무척 높다. 다양성과 공정성을 위해서도 정치 문턱을 없애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여야 모두 특별한 방안이 보이질 않는다. 기껏해야 경선에서의 가산점이 전부이다. 국민의힘은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최대 20%, 만 35~44세 청년에게 최대 15%의 가산점을, 민주당도 여성과 청년에게 25%의 가산점을 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들이 경선에서 이기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경선 가산점보다는 더 피부에 와닿고 실질적인 방안을 도입하기를 바란다. 당선 가능한 지역구 공천 또는 비례대표에 청년 할당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비례대표 할당제의 강력한 효과는 여성 국회의원 확대에서 입증된 바가 있다. 여성 국회의원 수는 1996년 제15대 국회에서는 3%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날 콘크리트처럼 견고하던 이 숫자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성비례대표 할당제가 도입된 2012년 19대 국회에서는 15.6%, 지난 총선에서는 19%에 도달했다. 아직 미흡하지만, 비례대표 할당제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숫자에 훨씬 못 미쳤을 것이다. 할당제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여성의 동기부여에도 크게 기여했다.

청년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이번 선거에서 청년 비례대표 할당제가 적용되기를 바란다. 청년 정치인들에게 특별히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는 증오와 극단의 정치를 중단해주는 데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무조건 나만 옳다가 아니라 상대 당도 옳을 수 있고 내 당도 틀릴 수 있다는 유연함을 갖춘 정치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위한 개혁에도 앞장서기 바란다.
정치와 국회 개혁 없이 우리 사회의 발전은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의 소망을 대행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그 개혁의 선봉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이복실 국가경영연구원 부원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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