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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절박한 법안 외면 말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8 18:30

수정 2024.02.28 18:30

유통법과 방폐장법 등 마지막 기회
방치하면 역사적 죄인으로 남을 것
국회 본관 전경 /사진=뉴스1
국회 본관 전경 /사진=뉴스1
4·10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를수록 포퓰리즘 법안이 득세하고 시급한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끝내 화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할지 우려스럽다. 21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이자 마지막 기회다.

국민은 답답하고 급한데 여야는 합의는커녕 민생법안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총선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긴급한 법안에 대한 여야의 태도는 미적지근하다. 공천 결과에 시선이 쏠려 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민심을 헤아릴 의지조차 없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시급한 법안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다. 오는 2030년쯤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지금 해도 늦었다. 그런데도 여야는 신규 원전 규모에 따른 방폐장 수용기준 등을 두고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폐기물 처리를 위한 사회적 갈등비용이 더욱 치솟을 것이다.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 시한은 아슬아슬하다. 유통법은 이달 29일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될 처지다. 국내 유통시장은 지난 10년 사이 큰 변화를 겪었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탓에 대형마트의 시장지배력은 크게 줄었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불편만 초래한 유통법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안은 야당의 일관된 반대로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매우 낮다. 중소기업계의 하소연도 무색하게 최근 본회의에서 처리가 불발된 이후 논의에 진척이 없다. 중소기업계는 유예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불사할 계획이다.

세 법안 모두 시급하고 절박한 동시에 민생과 직결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가 이 법안들을 방치한다면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긴급한 법안은 뒷전으로 미루면서도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법안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법안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전세사기 여파가 심각해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건 사실이다. 피해자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야당이 제시한 개정안은 법적 하자가 많다.

이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로부터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우선 구제하고 추후 집주인에게 회수하는 방안이 담겼다. '선(先)구제·후(後)회수'가 핵심 쟁점이다. 문제는 이미 피해자 지원책을 내놓은 가운데 추가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거르고 있는 것이다. 회수율이 매우 떨어질 것이라는 점과 다른 사기 피해와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야당이 전세사기 피해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했다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이번 본회의는 21대 국회가 책무를 다할 마지막 무대다. 국민이 절실하게 원하는 민생법안을 외면하다가는 역사적 죄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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