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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끝없는 출산율 추락, 급기야 0.6명대 쇼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8 18:30

수정 2024.02.28 18:30

지원책 쏟아지지만 관건은 실효성
저출산위 재정비, 특단책 서둘러야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다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4·4분기 합계출산율은 급기야 0.6명대로 추락했다. 연간 기준으론 겨우 0.7명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기록으로도 최저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 대비 8% 가까이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아래인 21만명 선으로 내려가 합계출산율이 0.68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금 몇 년째 출산율 쇼크 상황에 살고 있다. 그동안 온갖 수단이 동원됐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10년 넘게 300조원 넘는 재정을 투입하고도 이런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반성부터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왜 효과가 없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면밀하게 따져보고 후속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통계를 보면 출산율 사상 최저라는 기록뿐 아니라 감소세가 이처럼 가파른 것도 유례가 없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1.24명)을 정점으로 8년째 하락세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40만명 선이 무너진 뒤 2020년 30만명, 2022년 25만명 밑으로 주저앉았다.

한국의 출산율을 놓고 해외에서 더 경악하고 있다. 해외 유명 인구학자는 지금 출산율이 계속되면 2750년 대한민국이 1호 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우리 인구 감소율이 중세 흑사병 시대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한 외신도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2주간 800만원이 드는 서울 강남의 산후조리원 체험 르포 기사로 한국의 저출산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의 출산율을 기이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요인은 경제적 비용일 것이다. 1인당 소득 대비 양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최근 베이징 인구정책연구기관이 출생 후 18세까지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별로 비교했더니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이 6.3배로 2위, 한국은 7.79배로 1위로 나왔다. 이런 수치를 들지 않아도 출산과 양육비, 교육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희생이 따른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전쟁 같은 입시,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비용도 출산기피의 요인인 것은 물론이다. 결혼을 원치 않는 청년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런 데서 비롯됐다. 청소년 10명 중 7명은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암울한 현실의 근본 원인들을 차근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지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출산장려금 1억원을 흔쾌히 내놓는 기업이 너무나 반갑지만 이런 지원이 가능한 업체는 많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시로 출산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정책도 상당수다.
쏟아지는 지원책의 효과를 점검하고 큰 비전을 그리는 작업이 시급하다. 저출산위원회 조직을 재정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특단의 대책 그 이상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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