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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먹고 덜 입고 버텼는데… 서민 살림 月 29만원 '적자' [소득 늘어도 허리띠 졸라맨다]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9 12:00

수정 2024.02.29 18:01

가계소득 3.9% 늘어나 502만원
실질 근로·사업소득은 동반 감소
월세 등 주거비 증가 영향 큰 탓
가계지출 283만원… 5.1% 상승
덜 먹고 덜 입고 버텼는데… 서민 살림 月 29만원 '적자' [소득 늘어도 허리띠 졸라맨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근로소득은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사업소득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부모급여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4·4분기 가계소득은 2분기 연속 증가했다.

■실질 근로·사업소득 '동반 감소'

2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02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3.9% 늘었다.

소득항목별로 보면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31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5% 늘며 12분기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1.3%로 감소한 뒤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고용상황은 좋았지만 취업자 수 증가세가 전년에 비해 둔화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소득은 67만1000원으로 17.7% 증가했다. 부모급여 등 자녀양육 관련 지원금이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실질적인 근로 및 사업 소득은 오히려 1.9%, 1.7% 뒷걸음쳤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1·4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4·4분기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수치상으로는 1%대 증가율을 보였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3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5.1% 증가했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2022년 3·4분기 이후 1년반째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소비지출은 월세 등 주거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주거비가 포함된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9.5% 늘며 전 분기(7.9%)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5% 늘어난 404만4000원을 기록, 처음으로 400만원을 넘어섰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1만원으로 0.1% 늘었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9.9%였다.

가계지출은 4·4분기 381만3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식료품·비주류음료(-3.4%), 의류·신발(-4.2%), 가정용품·가사서비스(-3.5%) 등에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금액은 늘었지만 손에 들어온 실물은 줄었다는 의미다.

■서민 월평균 29만원 '적자 살림'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서민층부터 허리띠를 졸라맨 모습이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7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4.5% 늘었다.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은 증가했지만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은 감소했다.

4·4분기 전체 소득분위 중 1분위만 가계지출과 소비지출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 가구의 가계지출은 147만원으로 0.5%줄었다. 1분위 소비지출은 1.6% 감소했다. 특히 교육비(-52.4%) 지출을 가장 많이 줄였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29만1000원의 적자 살림을 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적자액은 29.4%였다.

반면 고소득 가구인 5분위 가구의 4·4분기 월평균 소득은 1080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보다(3.6%) 늘었다. 가계지출은 721만7000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0% 늘어 모든 분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1분위 처분가능소득이 5분위 처분가능소득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분배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4·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1년 전(5.55배)보다 축소됐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분배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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