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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사들은 신음하는 환자 곁으로 복귀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9 18:30

수정 2024.02.29 18:30

80% 이탈, 300여명은 현장 돌아와
환자 돌보며 원하는 바를 전달해야
정부가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정한 29일 오전 광주 전남대병원 복도에서 의료진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정한 29일 오전 광주 전남대병원 복도에서 의료진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공백 사태가 열흘을 넘겼다. 2월 29일 정부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997명이 사직했다고 밝혔다. 전체의 80%에 이른다. 29일은 "병원이탈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정한 날이다.
정부는 3월부터 의료법을 적용해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정지 등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정부는 복귀하지 않은 9000여명에게 복귀명령을 내린 상태다. 명령 송달 효력을 입증하기 위해 일부 전공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는 고발했다.

정부와 의사의 강대강 대치 속에 일부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2월 28일까지 전국에서 300여명이 돌아왔다고 한다. 삼일절 연휴기간에 복귀하는 전공의가 늘어날 수도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의사 본분으로 돌아온 전공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선배 의사들의 복귀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전국 3곳의 서울대병원장이 2월 28일 전공의들에게 "진심은 충분히 전달됐다"며 "여러분이 있어야 할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필수의료 체계를 정상화하고 수련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서울대 의대 학위수여식에서 "여러분은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숭고한 직업의식을 가져달라고 한 학장의 축사는 울림이 크다.

집단 사직서를 낸 의사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냉랭하다. 생명의 존엄성을 저버리고 의사의 사명인 환자 진료를 팽개친 점에선 일말의 동정도 받을 수 없다. 집단이기주의, 폐쇄주의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를 질병에서 구해준 의사에 대한 존경심마저 무너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다.

의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해도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보여준 의료진의 값진 희생에 대한 좋은 기억조차 사라질 판이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명분과 설득력이 약하다. 아무리 집단행동을 해도 의사들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이들이 없다.

대한민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좋은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은 맞는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구석이 많다. 피부과·성형외과 홍수의 이면에는 소아과 오픈런, 지방의사 부족, 응급실 뺑뺑이, '3분 진료' 등의 비정상적 의료현실이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의사 증원은 필수적이다. 20여년간 단 1명의 의대정원조차 늘리지 못하고 백기를 든 과거와 달라야 한다. 의사 증원은 흥정거리가 아니다. 미복귀자 엄정 조치, 2000명 증원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정부가 병행할 일이 있다. 장시간 고된 업무를 하는 전공의들의 애로를 경청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위급할 때 안심하고 찾아가는 전국 거점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수련환경과 처우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날 내놓은 대형병원의 전문의 중심 구조개편, 9개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 증원 등 추가 대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전공의들이 이탈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의사, 간호사의 노고를 헤아리고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전공의들은 환자가 기다리는 병원으로 속히 복귀하기를 촉구한다. 이 시간에도 응급·중증 환자, 희귀 난치 질환자들은 애타게 기다린다.
목소리를 내도 환자를 지키면서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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