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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 된 재건축...“12억 내라” 패닉, 조합장 월급은 인상? [부동산 아토즈]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2 15:00

수정 2024.03.02 15:11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수도권의 한 정비사업 조합은 조합장 급여가 한달에 540만~550만원(세전)에 이른다. 웬만한 기업 못지 않은 급여다. 그런데 최근 조합 집행부가 올해 월급을 인상하려 하자 조합원들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한 조합원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하는 일 없이 고액 월급만 받아가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조합장과 임원들이 또 월급만 인상하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및 임원들의 급여 문제는 한두 해의 이슈가 아니다. 최근 공사비 폭등으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급여 문제를 놓고 조합원간 갈등도 격화 되는 모습이다.
공사비 폭등, 사업 지연 등으로 조합원들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여러 조합에서 조합장 및 임원들의 월급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조합장 적정급여 '417만~499만원'...6% 올라

자료 :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자료 :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택정비사업 조합 상근 임직원 표준 급여안(세전)’ 자료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실태조사와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표준안을 내놓고 있다. 급여는 조합원 수에 따라 다르다.

협회가 내놓은 ‘2024년 상근 임직원 표준급여안’을 보면 조합장 기준으로 417만원에서 499만원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300명 미만은 417만원, 500명 미만은 438만원, 700명 미만은 460만원이다. 1000명 미만은 479만원, 1000명 이상은 499만원이다. 여기에 상여급 400%는 별도다. 상여금 400%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렇다면 2023년 표준 급여안과 비교하면 어떨까. 조합에서 권고한 지난해 표준급여는 조합장 기준으로 394만~471만원(세전)이다.

조합장 기준으로 최저 급여는 2023년 394만원에서 2024년에는 417만원으로 5.8% 오른 금액이다. 최고 급여는 이 기간 471만원에서 499만원으로 5.9% 상승했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 표준급여안은 2024년 주요 건설사 평균 임금 인상률(6%)과 건설 노임단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며 “이 안은 권고안으로 조합들이 급여 책정시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자료이다”라고 설명했다.

자료 :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자료 :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정비사업 '패닉'인데...조합장 급여 또 논란

요즘 정비사업 현장은 공사비 폭등으로 ‘패닉’에 빠졌다. 집값은 뚝뚝 떨어지는 데 분담금으로 5억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 단지는 사업 초기 가구당 분담금이 3~4억원으로 추산됐으나 최근 12억원으로 늘어났다.

분담금 폭탄에 사업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여러 조합에서 조합장 및 임원들의 급여 인상을 추진하자 내홍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웬만한 조합들의 경우 조합장들 연봉 수준이 국내 대기업 수준이다.

조합장 및 임원 급여는 조합들이 시공사 대여금을 활용해 조달한다. 대여금은 조합원들이 나중에 갚아야 할 부채다. 월급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증가할수록 조합원들이 갚아야 할 빚만 늘어나는 셈이다.

주: 2023년 4월 기준 자료 : 서울시
주: 2023년 4월 기준 자료 : 서울시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 두달간 '하반기 정비사업 조합 해산·청산 일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준공 후 1년 지나도 해산 또는 청산하지 않고 유지 중인 조합은 171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월급만 꼬박꼬박 나간 셈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는 총 189곳으로 조사됐다.

시는 지난해부터 준공 후 1년이 지난 조합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뿐 아니라 여러 지자체에서 미청산 조합이 문제가 되면서 대대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사업진행 과정에서 조합장 및 임원들의 급여 논란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적정 급여를 판단하거나 중재할 시스템도 없다.

정비사업 관계자는 “조합과 조합원간의 사적문제로 지자체가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고, 시공사도 마찬가지”라며 “적절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급여와 성과급을 받아가도 조합원들이 제동을 거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 예로 조합원 명부만 해도 조합에서 제출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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