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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베트남 태국'..기업이 가는 곳, 금융도 따라 간다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6 05:59

수정 2024.03.06 09:11

자동차 기업금융 수요 늘어나는 인도
유통 넘어 소매 금융까지...베트남
태국판 '인터넷전문은행' 가상은행
우리은행 본점.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본점. 우리은행 제공
신한베트남은행의 강규원(가운데) 법인장과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한베트남은행의 강규원(가운데) 법인장과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뱅크. 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은행들이 기업이 먼저 진출한 나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 가계대출 관리 정책 등으로 국내 이자이익 정체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금융과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경제 빅3로 떠오를 인도와 신흥국 베트남에 점포를 추가로 열면서, 전세계 24개국 점포 472곳을 갖췄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진출을 위해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진출기업의 자금조달 수요에 발맞춰 영업망을 확장하고 현지금융과 연계에 소매 영업도 확장하고 있는 전략이다.

■우리은행, '국내 대기업' 자리잡은 베트남·인도 네트워크 확대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월 29일 베트남 미딩에 출장소를 신설했다. 미딩은 하노이 최대 한인 밀집지역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관광객은 물론 베트남 현지인에게도 인기몰이 중인 중 하노이 롯데센터에도 상반기 내 점포 추가 신설할 예정이다. 미딩 출장소를 포함한 우리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 점포 수는 24개국 472개에 달한다.

롯데는 백화점, 면세점, 호텔, 마트, 식음료 등 국내에서 갈고 닦은 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한국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우리은행은 한국계 기업들의 산업 기반이 확장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금융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베트남 진출은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3년 대표사무소 설립을 시작으로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 74억2400만달러, 당기순이익 1억8550만달러에 달한다. 신한은행 전체 실적에 10%가량을 차지하는 효자은행으로 자리를 공고히 했다. 올해는 지점을 3개 추가해 총 54개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7년 경제 3대 대국으로 떠오를 인도에서도 네트워크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대자동차가 진출한 푸네에 관련 협력·하청업체의 추가 진출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점포 추가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 중앙은행으로부터 푸네와 아마다바드 지점 개설 예비인가를 받은 우리은행은 상반기 내 2곳 모두 개점할 예정이다. 인도 푸네에는 현대차뿐 아니라 포스코, LG전자 외국계 자동차기업 등의 생산공장이 모여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도는 세계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지역이자 초대형 신흥 성장국가로 글로벌 대기업 및 국내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인도 경제와 동반성장하며 아시아 1위 글로벌 금융사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태국으로 가는 카카오뱅크, 금융당국도 적극 지원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태국 현지의 금융지주사 SCBX와 손잡고 동남아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태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우리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격인 ‘가상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금융지주와 협업한 것이다. SCBX금융 계열사로 이미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과 신용카드사인 CardX, 금융투자사 InnovestX증권 등을 갖추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SCBX과 구성한 컨소시엄을 토대로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비대면 금융 기술과 플랫폼 기술을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태국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진출한다면 '한국 은행의 진출 문이 열린다'라는 의미도 있다.

태국에는 현재 한국계 은행이 없어 한국계 진출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외국계 은행 신설지점 설립 신청을 받지 않고 있는 태국 당국이 이번 만남을 계기로 새롭게 허가를 내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산업·외환·하나은행 철수 이후 한국계 은행이 태국에 금융업 라이선스를 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반면 외환위기 당시 국내은행들이 철수를 결정할 때 일본계 은행들이 영업을 유지하면서 태국 당국은 물론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태국 당국의 요구에도 국내 사정이 더 급했던 우리 은행들이 철수를 결정하면서 당국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이번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방문을 계기로 신뢰가 회복되었다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태국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김소영 부위원장은 태국에서 중앙은행 관계자 및 당국자들을 만나 가상은행 도입과 한국 금융회사의 참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해외 진출에 금융당국이 나서는 건 현지 규제 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태국 진출을 위해서는 비대면 계좌 개설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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