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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국제정치] 영국이 미국의 전술핵 배치를 선택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3 19:05

수정 2024.03.03 19:05

英 핵 있지만 전술핵 요청
우리도 B61-12 들여와야
원심분리기 설치도 필요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영국이 미국의 최신형 전술핵 무기 B61-12를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 떨어져 있는 서퍽의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자비하게 침략하는 것을 보고 러시아의 침략이나 핵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정책이다. 영국도 핵무기를 260기가량 보유한 나라이지만 쓸 일이 없으니까 시간이 오래 지나며 성능이 떨어져 실전에 쓰기가 어렵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핵무기의 성능을 유지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들고, 하물며 미국과 소련이 치열하게 핵무기 생산 경쟁을 펼쳤지만 미국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핵무기감축협정(START), 즉 핵무기 숫자를 크게 줄이는 데 합의할 만큼 돈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과거의 SALT 1이나 SALT 2는 핵무기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전략폭격기 등을 제한하는 협정이었다. SALT(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의 L은 'Limitation'을 줄인 문자로 핵무기 '제한' 협정이었다.


그러나 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ies)의 R은 'Reduction'을 줄인 말로 문자 그대로 감축이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조차도 핵무기 생산뿐만 아니라 성능을 유지하는 데 큰돈이 들어가니까 숫자를 줄이는 데 합의를 한 것이다. 영국도 핵무기 성능개선 사업에 돈을 크게 투자하지 않으니 핵무기가 낡고 유사시를 대비하는 데 큰 곤란을 겪을 것 같으니까 세계 최고의 맹방인 미국의 첨단 전술핵무기를 영국 내에 배치하는 것으로 정책결정을 한 것이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중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튀르키예, 이탈리아에 공중투하용 B61-3이나 B61-4 핵폭탄이 100여기 배치돼 있다. 그러나 영국에는 미국의 최첨단 B61-12를 배치하게 되는데, 폭발력이 히로시마 원폭의 3배나 되는 가공할 핵무기이고, TNT로 환산하면 약 5만t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 B61-12 핵폭탄은 초기의 B61 전술핵 시리즈와는 다르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레이더가 내장돼 목표물을 찾아가는 정확도를 더욱 높였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점점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확장억지력만 갖고 안심할 수 있을까 하고 불안해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한국이 핵무기를 자체적으로 보유하자는 젊은 층의 의견도 늘고 있지만 한국 스스로 핵무기를 만드는 데는 미국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한국이 스스로 핵무기를 제조하면 모든 기술잠재력을 갖고 있는 일본도 핵무기를 제조하려 할 것이고, 미국은 일본에 대한 통제력이 없어지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 그래서 한국도 영국처럼 미국의 최신 전술핵 B61-12 시리즈를 배치해 달라고 미국을 설득하는 선택이 가장 현실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도 과거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했다가 내보낸 적이 있듯이 한국도 미국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가 미국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다. 영국보다 북한의 핵위협이 더욱더 현실적이 된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 최첨단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2024년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쓰는 저농축우라늄 시장은 러시아가 46%, 영국·독일·네덜란드 합작회사가 22.8%, 프랑스가 22.5%, 중국이 10.5%, 미국이 8.1%인데 미국이 과도한 러시아 점유율에 대응하기 위해 저농축우라늄 생산을 재개하기로 결정하고 러시아 의존에서 탈피한다. 국제사회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원자로 연료 공급부족에 대비해 한국도 자체적으로 언제든지 원자로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핵외교를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원심분리기 설치는 북한과 중국의 해양군사력 확장에 대비하기 위해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해야 하는데 20%가량의 농축우라늄을 수입에 의존한다면 독립적 국방정책을 수행하는 강대국 대한민국이 될 수 없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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