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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의존하면 생산성 떨어져, 장기 대안 찾아야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4 14:40

수정 2024.03.04 14:40

코로나19 창궐 이후 선진국으로 향하는 외국인 노동자 급증 기업 및 농가에서 고령화로 일손 부족, 구하기 쉬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 저숙련 노동자에 의존할 경우 자동화 및 구조조정 늦어져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보다 AI나 로봇 등으로 혁신 추구해야
지난달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음식 배달원이 전기 자전거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달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음식 배달원이 전기 자전거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일손이 모자란 선진국에서 로봇과 외국인 이주 노동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 고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력이나 기술이 부족한 미숙련 노동자에 너무 의존할 경우 국가의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시 회복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향하는 이주 노동자 급증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기업 및 농가에서 저렴한 이주 노동자 고용에 중독된 탓에 혁신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2022년에 38개 OECD 회원국에 유입된 해외 이민자는 총 610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14% 증가했다. OECD는 향후 영주권 취득을 기대할 수 있는 취업 이민이 15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지난해 미국에 입국한 이민자가 330만명으로 2010년대 평균(90만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농업 노동자의 4분의 3, 건설·광업 노동자의 30%는 이주 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OECD 집계 결과 미국 전체 노동 인구에서 외국인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16%에서 2021년 18%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독일의 이주 노동자 비율은 15%에서 21%로 늘었고 호주·영국(3%p)과 캐나다(6%p)에서도 이주 노동자 비율이 급증했다.

이러한 변화는 선진국의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다. WSJ는 서구 선진국들이 인구 절벽에 직면했으며,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에 따르면 2050년 유럽연합(EU)의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5분의 1 줄어들 예정이다.

WSJ는 노동력 부족 대책으로 자동화 투자 확대, 사업장 축소, 은퇴 연령 상향 등의 방법이 있지만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이주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이 훨씬 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실을 따는 등 농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손길을 대체하기 어렵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이민 정책 센터(MPC)의 마틴 루스 교수는 "산업이 이민자 채용을 장려하는 구조가 되면, 이를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22일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 두번째)가 작물 수확용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월 22일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 두번째)가 작물 수확용 로봇을 구경하고 있다.AP연합뉴스

저숙련 노동자 의존하면 생산성 떨어져
문제는 저숙련 이주 노동자에게 의존할 경우 해당 산업의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동 생산성은 노동자 1인이 일정기간 동안 산출하는 생산량 또는 부가가치를 나타낸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 속도는 궁극적으로 노동 생산성에 달려있다. WSJ는 2022년 덴마크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주 노동자를 쉽게 구하는 기업들은 로봇이나 자동화에 적게 투자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및 캐나다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이주 노동자가 증가하는 기업일수록 전체 생산성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OECD에 의하면 이주 노동자가 많은 농업 분야의 경우 미국의 연간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에 평균 1.4%였으나 2011~2019년에는 0.1%에 불과했다. 영국의 증가율은 같은 기간 0.1%에서 변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2000년대 2%에서 2010년대 1.3%로 미국에 비해 적게 감소했으며 일본의 성장률은 같은 기간 1.3%에서 1.6%로 증가했다. WSJ는 한국과 일본의 이민 정책이 미국 등에 비해 보다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안나 보처 공공정책학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이주 노동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가 없다면 호주의 보육 서비스가 일부 중단되고 밭에서 작물이 죽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과학자나 기술자 등 고학력 숙련 이주 노동자의 경우 기업의 생산성 및 노동자 임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는 인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자동화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코에서는 일부 농민들이 딸기를 모니터링하고 수확하는 데 인공지능(AI)를 활용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테블 에어로보틱스는 과일 수확용 로봇을 개발했다.
영국의 개발업체 필드 로보틱스도 플라스틱 팔 4개가 달린 182㎝ 길이의 라즈베리 수확용 로봇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 버몬트주의 낙농가인 오난 위트컴은 WSJ에 이주 노동자 대신 그는 80만달러(약 10억6000만원)를 들여 네덜란드산 우유 짜는 로봇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 도입 이후 우유 생산량이 30% 늘었고, 염증성 질환인 유방염 발생률도 80% 감소했다면서 7년 만에 로봇 투자비용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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