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엄상필·신숙희 대법관 취임, ‘중도·보수’ 강화된 대법원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4 11:41

수정 2024.03.04 14:13

올해 퇴임하는 김선수·노정희·이동희·김상환 대법관 후임으로 ‘중도·보수’ 모두 임명되면 ‘진보’ 성향은 2명
엄상필(왼쪽)·신숙희 신임 대법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2024.3.4/사진=뉴스1화상
엄상필(왼쪽)·신숙희 신임 대법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2024.3.4/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엄상필(55·23기)·신숙희(54·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이 합류하면서 진보 성향이 우세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에 변화가 오게 됐다. 지난해 여러 차례 '친노동' 성향 판결이 나왔던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일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 오른쪽 빠짐없이 보겠다", "작은 목소리 놓치지 않겠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엄상필·신숙희 대법관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엄 대법관은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을 엎드려 살피고, 고개를 높이 들어 어디로 가야 할지 멀리 바라보겠다”면서 “왼쪽과 오른쪽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뒤돌아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세심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법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고법 형사재판부를 역임했으며 해박한 법률 지식과 출중한 재판 실무 능력을 갖춘 정통 법관으로 꼽힌다. 신 대법관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법관으로서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여성 첫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법원 내 젠더법 연구회 회장, 한국젠더법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젠더법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전원합의체, 중도·보수로 무게중심 옮겨
두 신임 대법관이 합류하면서 진보 계열 비중이 높았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변화가 생겼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13명으로 구성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 대법관 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판결이 확정된다. 이 가운데 보수·중도 성향으로 평가되는 대법관은 엄·신 대법관과 함께 조희대 대법원장, 윤석열 정부 이후 임명된 오석준·서경환·권영준 대법관, 이동원·노태악 대법관 등 8명이다. 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천대엽 대법관은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판결을 내려왔다. 지난 정부 시절인 김명수 대법원장 전원합의체의 경우 진보 성향이 대법관이 최대 7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윤 정부 들어서는 ‘중도·보수’가 8명으로 인원수 면에서 ‘진보’ 5명보다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아직 올해 퇴임할 대법관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화’가 더 강화될지, ‘균형’을 유지하는 형태가 될지 예단하기 이르다.
만약 8월 1일 동시에 물러나는 김선수·노정희·이동희 대법관과 12월 27일 임기가 끝나는 김상환 대법관(법원행정처장) 후임으로 ‘중도·보수’가 모두 임명될 경우 ‘진보’ 성향은 2명만 남게 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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