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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의대교수 그만둔다"..우는아이 빰때리는 정부 비판

김장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5 08:17

수정 2024.03.05 08:31

"오래전 번 아웃.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 정부는 협박만"
"해당 학과 의견 무시,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봐
경북대병원 1층 외래접수 창구. 연합뉴스
경북대병원 1층 외래접수 창구.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놓고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인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가 지난 4일 사직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에서 근무 중인 교수로 확인됐다.

그는 이날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외과 교수직을 그만둔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오래전 번 아웃(탈진) 했고, 도와주는 것은 없고 더 힘만 빠진다"라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에 대해 "장밋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의사들을 명령으로 통제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상호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도 그 과정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증원 신청을 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대학 본부에서 소위 학자라는 사람들이 본질과 현실 파악에 대한 노력은 없고 해당 정책의 결과도 예측할 생각도 없다"면서 "해당 학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보고 정부 정책을 수용하며 이것저것 요구하는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들어 뭐라고 언급할 수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전공의도 없고, 학생도 없다.
오히려 교육 대상이 없어 더 편해진 것인가"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제 인생도 돌아보고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라고 사직 의사를 피력했다.

해당 교수의 글은 현재 SNS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사직서 제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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