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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올해 5% 경제 성장 자신...불황에도 국방비 늘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5 14:46

수정 2024.03.05 14:46

5일 中 양회 가운데 전인대 개막, 리창 총리 연설
올해 GDP 성장률 목표 '5% 안팎'으로 지난해와 같아
재정 지출도 지난해와 비슷, 경제 개혁 약속하며 성장 자신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골드만삭스 "中에 투자 말아야"
30년 만에 기자회견 없애며 소통 닫아, 불황에도 국방비 증액 규모 유지
대만 관련 "독립 용인 불가" 기존 태도 유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왼쪽)가 업무보고를 위해 이동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수를 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왼쪽)가 업무보고를 위해 이동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수를 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경기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하고 경제 개혁을 약속했다. 동시에 대만 독립을 부정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국방비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024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을 열었다. 오는 11일 폐막하는 전인대는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으로 예산 심의 및 국가 지도부 파면, 헌법 개정 등의 권한을 행사하며 한국의 국회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전날인 4일에는 중국 정부의 최고 정책자문회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이 개막했으며 이달 10일 폐막할 예정이다. '양회'라고 불리는 정협과 전인대는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다.

GDP '5% 안팎' 성장, 지난해와 같아
지난해 전인대에서 국가 서열 2위인 국무원 총리로 임명된 리창 총리는 5일 전인대 개회식에서 처음으로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 나섰다. 그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제시한 목표와 같다. 중국의 GDP는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이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5.2% 성장했다. 미국 투자은행 나타시스의 게리 응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목표는 중국 정부가 경제적인 역풍을 인지하고 있지만 정책 결정에서 여지를 남겨 두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창은 연설에서 "지난해 여러 도전을 겪으며 어렵게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적인 해외 요소들이 중국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중국 내부에서는 3년에 걸친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리창은 올해 성장률 목표에 대해 "국내외 형세와 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필요와 가능성을 함께 따졌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률 목표는 취업 증가와 위험 예방·해소, 경제 성장 잠재력과 이를 지지하는 조건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리창은 중국의 경제 환경에 대해 유리한 조건이 더 많다며 "경제 회복·호전과 장기적인 호전의 기본적 추세에는 변화가 없고, 변하지도 않을 것이므로 자신감과 저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GDP가 4.6%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B)은 각각 4.7%, 4.4% 성장을 예상했다.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통저우 지역에서 촬영된 건설현장.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통저우 지역에서 촬영된 건설현장.신화연합뉴스

재정 지출 유지, 목표 달성은 미지수
이날 리창은 올해 중국 정부의 재정적자 목표를 GDP 대비 3%로 설정하여 4조600억위안(약 750조원)의 적자예산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약 1조위안(약 184조원)의 초장기 특별 국채를 발행한다고 알렸다.

리창은 이외에도 올해 신규 일자리를 1200만개 이상 창출하고 도시 실업률 5.5% 안팎으로 유지한다고 예고했다. 신규 일자리 목표는 지난해와 같고 도시 실업률 목표 역시 5년째 같은 수치다.

아울러 리창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를 3%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 또한 4년째 같은 목표다. 중국의 CPI는 지난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하면서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이에 중국 안팎에서는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리창은 연설에서 중국이 성장 모델을 바꾸고 구조 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젊은이들을 지원하여 첨단 산업분야에서 자립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정부가 제조와 물류, 디지털 경제 부문을 개혁하고 기술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창은 경제 성장과 관련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신중한 통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소비 확대를 위한 장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외에도 부동산 정책을 개선하여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고 지방정부의 부채 위험을 해소하겠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약속대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전인대에서 재정적자 목표를 GDP 대비 3%로 설정했지만 같은해 10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적자율을 3.8%로 상향하고 1조위안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4일 중국 전인대 러우친젠 대변인은 약 30년간 이어진 폐막 기자회견을 올해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국무원 총리들은 1993년부터 전인대 폐막 이후 외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날 미 골드만삭스 은행의 샤르민 모사바르 라흐마니 자산관리사업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견해는 중국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기존의 성장 동력이었던 부동산과 사회기반시설, 수출 모두 약해지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국방비 지출 늘려...대만 독립 용인 못해
SCMP는 5일 공개된 정부 업무보고를 인용해 올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지난해 대비 7.2% 늘어난 1조6700억위안(약 309조원)으로 설정됐다고 전했다. 중국 국방 예산 증액률은 2019년 7.5%에서 2020년 6.6%로 하락한 뒤 2021년 6.8%, 2022년 7.1%, 2022년 7.2%를 기록했다. 올해 지출이 실행되면 국방비 지출액 증가율이 3년 연속으로 7%를 넘기는 셈이다. 러우친젠은 4일 중국의 국방비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군사 강대국과 비교할 때 GDP 비중, 1인당 국방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했다.

리창은 5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를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래 간섭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평화 발전을 추구하되 "조국 통일 대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중화민족의 근본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리창은 중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상생과 평화를 추구하겠다며 국제사회의 공동 규범 개혁에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만 공군과 해군은 양회가 시작한 4일부터 합동 훈련을 시작했다. 대만군은 이달 15일까지 동부 타이둥의 뤼다오 해역과 샤오류추 해역 및 남부 가오슝 쭤잉 근해 등 3곳의 해역과 공역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날 프랑스 AFP 통신에 따르면 중국 해경 선박은 5일 남중국해의 세컨드 토마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 해경 선박과 충돌했다. 중국 해경은 필리핀 선박이 중국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5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원(왼쪽)들이 중국 해경 선박과 충돌 이후 선체를 점검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로이터연합뉴스
5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원(왼쪽)들이 중국 해경 선박과 충돌 이후 선체를 점검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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