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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금 전액 비과세 '파격'… 여력없는 中企는 소외되나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5 18:24

수정 2024.03.05 18:24

정부, 저출생 극복 세제지원
기업·직원 모두 세 부담 줄어들어
2021년생 이후 자녀까지 소급
대기업 혜택 집중… 형평성은 논란
출산장려금 전액 비과세 '파격'… 여력없는 中企는 소외되나
정부가 5일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출산장려세제는 파격적이다. 현재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출산·양육지원금 비과세 한도는 월 20만원이다. 출산 후 2년 등의 전제를 달았지만 금액한도 없이 소득세 비과세를 해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소득세법 개정 등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과정은 남아 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70명대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인구위기가 고조되면서 형평성 논란에도 과감한 출산지원금 세제지원책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1억 출산지원금…근소세 2500만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지원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언급이 이날 출산장려세제 개편안의 큰 틀이다. 출산 후 2년 내, 최대 2회의 출산지원금은 전액 소득세 비과세를 한다는 게 세부 방안이다.

정부는 출산지원을 위해 기업이 지급한 돈은 금액 상관 없이 근로소득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최근 '출산장려금 1억원'을 지원한 부영그룹이 직원들의 소득세 부담을 우려해 증여로 지급하는 것과 같은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소급 적용 방침도 밝혔다. 올해 한해 2021년생 이후 자녀에 대한 출산지원금에도 비과세하기로 했다.

다만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기업이 직접 지급 땐, 근로자가 지급받아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판단해 증여세를 과세할 방침이다. 기재부 정정훈 세제실장은 "회사가 근로자 자녀에게 직접 지급한 것은 이중 증여(자녀에게 10년간 2000만원 한도에서는 비과세)로 보고 증여세를 매긴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출산장려금이 근로소득으로 해석되면서 기업은 법인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법인(기업)은 인건비로서 비용을 처리해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출산지원금을 받게 되는 근로자는 비과세 효과를 보게 된다. 연봉 5000만원인 근로자에게 1억원의 출산지원금이 지급된다고 하면 1억원 전액 비과세를 했을 때 근로소득세는 약 2500만원이 줄어든다.

■파격 속 형평성 문제도

금액 무관하게 근로소득세에 대해 비과세를 해 주는 것은 전례없다. 일부에서는 출산지원금 지원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 직원들에게 혜택이 집중돼 형평성, 양극화 심화시킬 우려도 커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 복지 격차가 큰 데 이를 더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국세청 국세통계 등을 종합하면 2022년 1인당 평균 비과세 출산보육수당은 67만8000원에 그쳤다. 비과세 한도가 올해부터 월 20만원으로 상향된 것을 감안했을 때 연간 120만원에도 못미친다는 것이다. 부영그룹 사례로 출산장려세제의 대대적 개편이 시작됐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정정훈 실장은 "시행초기에는 여력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출산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저출생 극복이라는 큰 그림과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출산지원금 세제지원 확대를 악용하는 사례는 철저히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소규모 기업 등이 비과세를 활용, 자산 이전의 통로로 활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오너의 특수관계인인 형제, 자매, 사촌, 조카 등은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정정훈 실장은 "출산지원금을 줬다고 (해당 근로자의) 기본급을 몇 단계 낮추는 등은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밝혔다.


세제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가가 할 일을 기업이 대신 한 셈"이라며 "출산지원금을 준 주체가 기업(법인)이든 기업 회장이든 과세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밝혔다.
다만 "복권 당첨금에도 과세를 하듯이 만약 자녀에게 준 경우라면 증여에 대한 부분은 과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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