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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이제는 AI시대] 로봇을 사랑하게 될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5 18:44

수정 2024.03.05 18:44

인공지능은 감정 없지만
비언어 표현역량 키우면
사랑도 할수 있지 않을까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현상이 있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안한 개념으로, 로봇이 점점 인간을 닮아갈수록 인간은 호감을 갖지만 그러한 유사성이 상당히 높아지면 로봇을 두렵고 불쾌하다고 느끼게 됨을 의미한다. 유사성이 더 높아져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로봇을 보는 눈은 다시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은 로봇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 전반을 해석하는 데 이 개념이 활용되고 있다.

요즘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다 보면 무심코 듣고 있던 앵커의 목소리가 AI임을 깨닫고 놀랄 때가 많다. 최근 인기를 얻는 대중음악을 오래전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로 듣고 그 정교함에 놀라는 것도 흔한 일이다.


'딥 페이크'로 불리는 조작기술은 이제 많은 영역에서 우리를 기발하게 속이고 있다. 그러한 기만은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는 긍정적 놀라움을 주기도 하지만 정치와 같이 진지한 영역에서는 특정 정치인·정당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곤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챗GPT 등 생성형 AI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해서 정답 또는 정답처럼 보이는 답안을 알려주는 그 속도와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을 켜놓고 동일한 질문을 던져 보니 질문의 성격에 따라 잘 대답하는 영역에 차이가 있긴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답변의 속도와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놀라움을 느꼈다.

앞으로는 어떤 기술이 인간을 놀라게 할까. 생성형 AI에서 볼 수 있듯이 정보처리의 신속성과 정확성은 앞으로 더욱 향상될 것이다. 웹툰작가, 방송작가, 디자이너처럼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군도 AI의 신속한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직업군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로봇과 AI가 초래할 변화는 공장, 물류센터, 병원 수술실에서도 체감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체로 생산성 향상을 가리키고 있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중요한 지점은 생산성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갖고 있는 감성을 닮는 데 변화의 핵심이 있다. 딥페이크가 보여주는 음성이나 외모의 모사(模寫)보다 로봇이나 AI가 보여주는 인간 감성의 모사는 더 강력한 임팩트를 줄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한마디의 말을 AI가 예측해서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어 말해준다면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수년 전, 스틸사진에 생생한 표정과 동작을 부여하는 AI를 통해 수십년 전 사망한 아내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본 한 노인은 벅찬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AI는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감정표현 자체를 학습해서 언제 어떤 표현을 했을 때 가장 임팩트가 클 것인지 계산해서 적시에 표출해줄 수 있다.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세계에서는 신속한 정보교환만큼이나 깊이 있는 감정교환이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연구들은 AI스피커나 게임 캐릭터에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인간의 감성적 언어와 말투, 억양, 표정, 제스처 등 비언어 표현역량을 심어줬더니 인간의 반응 역시 진짜 사람을 상대로 대화하듯 했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무의식 중에 기계를 사람처럼 대하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일본인들이 강아지 모양의 로봇인 아이보를 실제 반려동물 못지않게 사랑하고, 노인을 위한 돌봄로봇을 급속히 도입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말과 동작으로 위로해주는 능력 때문이다. 사용자의 습관까지 기억해주는 돌봄로봇은 뛰어난 인간 조력자만큼의 만족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상당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생산성에서 감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새로운 기술의 시대가 오고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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