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토종 IT 때리기'에만 그쳐선 안돼

파이낸셜뉴스
김준혁 정보미디어부
김준혁 정보미디어부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국내 규제에서 벗어나 예외적 적용이 허용되는 '회색지대'에 서 있다. 대응방법도 오묘하다. 직접적으로 반발하기보다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여론전을 활용하거나, 국내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법률의 허점을 이용해 법적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실시되는 국정감사에서도 정치인들의 호통을 한번 견디면 그만이다. 부처·정치권의 한마디에 벌벌 떠는 국내 기업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뛰는 시장은 같은데,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반면 빅테크들의 영향력은 시장을 넘어 우리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구글은 네이버의 검색 왕좌 자리를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고, 유튜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550만명 이상(올해 2월 기준)으로 카카오톡을 이미 넘어섰다. 구글의 망 트래픽 비중은 4분의 1 이상에 달한다. 애플은 지난해 처음으로 스마트폰 점유율 25%를 돌파했다. 이들은 높은 요금인상까지 과감하게 단행하고 있다.

규제의 명분은 기업의 과도하면서도 통제되지 않는 시장지배력에서 파생된다. 하지만 지금의 빅테크는 낡은 법에 시장 획정이 불명확해 정부에서도 직간접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테크가) 막대한 자금력·로비력을 이용해서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사실상의 우회적 불법행위를 자세히 지켜보겠다. 다만 입법 없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회도 협조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한 발언이다.

'IT 때리기'는 선거철과 같은 중요한 정치 이벤트 시 항상 거론되는 정치권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명분은 좋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이미 '빅 플레이어'가 돼버린 해외 빅테크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현재와 같이 구두로 해외 빅테크를 어르고 달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가올 22대 국회에선 현시대에 맞지 않는 오래된 법을 수정하고 객관적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정보기술(IT) 규제 방안·개선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규제를 해야 한다면 단순 '토종 IT 때리기'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국내 기업, 소비자 모두를 위해서도 그렇다. 동맹국·통상만을 이유로 막연한 예외적인 온정주의를 내세우는 건 사치다.

jhyuk@fnnews.com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