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집 나간 기관 투자자들은 언제 돌아올까.
올해 들어 기관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10조원가량 순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고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기관의 수급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 등 기관은 올해 8조8023억원어치를 팔았다. 일반기업 등 기타법인(-1조2228억원)을 포함하면 전체 기관의 순매도 규모는 10조원을 넘는다.
기관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매도세가 강했다. 은행(-2조7311억원)과 금융투자사(-2조4573억원)가 2조원 이상 매도 우위를 나타냈고, 사모펀드(-1조4988억원)와 기타법인(-1조2228억원), 투자신탁(-9755억원)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11조8162억원이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2435까지 떨어졌다가 2680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외국인이 사들이고 기관이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지난 1월 말부터 금융당국이 상장사의 기업가치 향상을 목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으나 기관은 국내 주식을 팔아온 것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26일 이후 기관의 매도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기관은 열흘 만에 2조2389억원을 팔아치웠다. 주목할 점은 기관이 코스피시장에서에서만 1조9212억원을 순매도했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기관들이 판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7551억원), SK하이닉스(6473억원), 네이버(4754억원), 기아(2707억원) 등 코스피 대형 우량주들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국내 기관들이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종목들에 대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신희철 연구원은 "기관의 경우 이미 2월 중순부터 자동차, 금융 섹터를 순매도하기 시작하면서 차익실현에 니서는 모습이 관측됐고, 이미 주가 레벨이 한계에 다다른 밸류업 수혜 섹터에 추가적인 매수를 실행할 가능성이 낮다"며 "SK하이닉스에 대한 순매수 역시 순매도로 전환하는 것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기관들이 국내 증시보다 해외 증시에 집중하는 것도 국내 증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수익률을 달성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은 14.3%로, 해외 주식(30.9%)의 절반이 채 안 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함께 4대 연기금으로 묶이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도 지난 2021년부터 해외주식 자산의 비중이 국내 주식보다 커졌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의 수급이 받쳐줬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2일 이후 이달 5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왔지만 이날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 연구원은 "밸류업 수급을 주도하던 외국인 지분율이 역사적 고점 근처까지 올라오면서 추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이상 밸류업 관련 외국인 자금은 추가로 크게 유입되지도, 유출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의 추가 순매수 여력이 한동안 제한될 수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기관 수급에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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